▲60년된 마을방앗간켜켜이 역사가 쌓여있다
홍창욱
무릉리 방앗간은 60년이 넘은 마을 방앗간이다. 한창 찰보리 수확을 많이 하고 쌀이 귀할 때는 마을마다 방앗간이 있었는데 육지에서 지은 쌀이 흔하게 수입되고 보리농사가 줄면서 마을 방앗간이 모두 문을 닫았다. 옛날에 사기수(무릉리 좌기동의 옛 지명)는 잡곡으로 유명한 동네로 도정을 많이 할 때는 무릉리 방앗간에서만 만 가마를 도정했다고 한다. 제주시 오일장에 보리를 가득 싣고 가면 상인들이 서로 보리를 사려고 줄을 서던 좋은 시절이 있었다.
최근에는 제주농협에서 맥주보리를 좋은 가격에 수매하기 때문에 보리 생산량은 늘었으나 찰보리 생산량은 더 줄었다고 한다. 방앗간을 운영하는 김기선 할머니는 이제 힘이 부쳐서 마을 분들이 부탁하는 정도의 작은 양만 도정을 하고 있다. 젊을 때는 방앗간을 운영하다가 외지로 나가 다양한 사업에 손대기도 했으나 모두 망하고, 다시 고향으로 돌아와 방아를 찧으며 아이들을 공부시키고 시집 장가보냈다.
할머니가 몸이 불편해져 60년 된 방앗간이 문을 닫게 되면 어떤 일이 발생하게 될까? 보리농사를 짓는 사람들은 많겠지만 그들이 농사지은 보리쌀을 도정하기 위해 멀리 제주시까지 가야하지 않을까. 그것이 힘들다면 제주에서 생산해 육지에서 도정한 소포장 보리쌀을 사먹을 수밖에 없는 웃픈 현실이 미래가 될 것이다. 제주에서 생산됨에도 가공이 안 되어 값어치를 제대로 못 받는 잡곡들이 얼마나 많은가. 최근까지 전국 메밀의 30%가 제주에서 생산됨에도 도정되는 곳이 하나 없었다. 한참을 기다렸는데 한 번에 소나기 쏟아지듯 쏟아지다 보니 지역에 이를 담을 사업의 기회조차 없는 것이 바로 제주의 로컬푸드가 아닐까?
김기선 할머니는 자기 자신을 위해, 혹은 아이들을 위해 잡곡 도정을 했지만 지역으로 보면 없어서는 안 될 일을 지난 60년간 해오셨다. 이제 누군가가, 아무도 알아주지 않을 일을 위해 또 나서야 하는데 그게 누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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