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이동통신시장 5사 경쟁 체제 이후 음성 무제한 요금제 가격 변화. 2012년 5월 핫모바일과 골란텔레콤에서 3만 원대(89~99세켈)에 음성 무제한 요금제를 내놓자, 최대 9만 원(280세켈)에 달했던 기존 통신3사 음성 무제한 요금 수준이 두 달만에 3만2천원대(100세켈)까지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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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1년 이스라엘 통신3사 가입자 1인당 평균 매출(ARPU)은 월 3만5천 원(108세켈) 정도로 우리나라 통신3사와 비슷했지만, 2013년 2만6천 원대(83세켈), 2015년에는 2만1천 원대(66세켈)로 4년 사이 40% 넘게 떨어졌다.
2년 만에 가입자를 100만 명까지 끌어올린 새 사업자들은 2014년 음성 무제한 요금 수준을 3만 원대에서 1만~1만4천 원대까지 낮췄다. 2014년 당시 이스라엘 식당 음식 값이 50세켈(약 1만6250원) 정도인 걸 감안할 때, '밥값보다 싸다'는 평가가 단순한 과장이 아닌 셈이다.(관련기사:
[연합뉴스] "월 9천원 무제한 통화"…이스라엘 폰요금, 밥값보다 싼 이유 )
완전 자급제와 구매세 폐지로 단말기 값 거품도 제거 통신비를 낮추는 데 성공한 이스라엘 정부는 단말기 값 거품 빼기에 나섰다. 당시 이스라엘 통신3사도 우리나라 보조금처럼 특정 요금제에 가입하면 단말기 할부 대금을 일부 환급해주는 '기기대금 환급' 요금제로 단말기 판매시장을 80% 이상 장악하고 있었다.
이스라엘 정부가 지난 2013년부터 '기기대금 환급' 요금제를 폐지해 통신서비스(유심)와 단말기 판매 시장을 분리했다. 덕분에 통신사 단말기 가격이 급속히 떨어졌다. 당시 KOTRA(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텔아비브무역관 보고서에 따르면 통신사 단말기 가격이 일반 개인판매점보다 40~80% 가량 비쌌지만 규제 이후 격차가 6~20% 수준으로 줄었다.
지난 4월부터는 15%에 이르는 스마트폰 구매세마저 없앴다. 이스라엘 스마트폰 가격에는 부가세 17%는 물론 특별소비세에 해당하는 구매세까지 붙어 세금만 30%가 넘었다. 정부가 구매세를 없애자 통신사들도 단말기 가격을 일제히 15% 정도 내렸다.
통신망 투자 감소-5위 사업자 매각이 통신비 인하 부작용? 요금 경쟁이 심해지면서 통신사 매출도 자연스럽게 줄었다. 하지만 통신3사는 운영 비용과 인력을 대폭 줄이는 등 체질 개선에 나서는 한편 인프라 투자를 오히려 늘렸다. 규제 이전 통신3사 매출 대비 투자율은 7~8% 정도에 머물렀지만 2012년 11.9%로 오히려 늘어났고 4G 투자가 본격화된 2014년엔 13%로 6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다만 2015년 이후 투자율이 다시 8~9%대로 떨어지고, 5G 등 차세대 통신망 투자도 한국 등 다른 선진국에 비하면 더딘 건 사실이다.
오픈시그널에서 2016년 11월 발표한
국가별 LTE 비교 결과 한국은 4G(LTE) 이용률(95.71%)과 4G 속도(45.77Mbps) 모두 세계 1, 2위를 다투고 있지만 이스라엘은 각각 57.64%, 21.13Mbps로 중하위권에 머물렀다. 다만 영국(57.9%, 21.16Mbps), 프랑스(49.44%, 24.28Mbps) 같은 EU 선진국과 비슷한 수준이고 오히려 4G 속도는 글로벌 평균(17.4Mbps)은 물론 미국(81.30%, 13.95Mbps)보다도 빨랐다.
국가간 통신 품질 비교에서 이스라엘이 하위권에 있다고 해서 통신 정책이 실패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통신요금 수준이나 소비자 편익 등을 복합적으로 봐야 하기 때문이다.
외국 통신시장 실태를 조사해온 공진기 010통합반대시민모임 대표는 "나라별로 통신시장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데이터 속도 등 품질을 단순 비교하는 건 큰 의미가 없다"면서 "오히려 데이터 속도가 일정 속도 이상 올라가면 소비자가 체감하기 어려운데도 국내 통신사처럼 LTE도 모자라 LTE-A, 5G에 계속 투자해야 한다면서 비싼 통신요금을 유지하는 게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국통신소비자협동조합 이사인 한현배 아주대 겸임교수도 "지금까지 국내 통신사들은 통신망에 투자한다는 명분으로 국민에게 비싼 요금을 받으면서도 망 투자에 써야할 돈으로 계열사 규모만 늘렸다"면서 "통신비 인하 때문에 통신망 투자가 어려운 게 사실이라면 차라리 투자를 중단하고 국가 차원에서 공용 통신망을 만드는 게 더 나을 것"이라고 밝혔다.
국내 언론은 5위 사업자 골란텔레콤 매각을 '포퓰리즘의 종착지'라고 평가하기도 했지만 새로운 경쟁의 시작일 뿐이다. 골란은 가격 파괴를 주도하며 가입자를 80만 명까지 늘렸고 핫모바일, 셀콤 등 기존 통신사와 합병을 시도했지만 통신사 독과점을 우려한 정부 반대로 무산됐다. 결국 지난 4월 이스라엘 가전회사인 엘렉트라가 약 1억 달러에 인수했다.
이스라엘 통신업계는 골란 매각을 계기로 요금 인하 경쟁이 멈추기를 바라고 있지만, 6번째 이통사인 'Xfone'까지 서비스를 시작하면 경쟁이 더 치열해질 수도 있다. 무엇보다 이스라엘 정부와 소비자들이 통신비가 다시 예전 수준으로 돌아가는 걸 바라지 않고 있다.
이스라엘에 거주하는 한 한인 동포는 지난 9일 <오마이뉴스> 이메일 인터뷰에서 "이스라엘 국민들은 통신비가 줄어 혜택을 입었기 때문에 통신 정책이 성공했다고 보고 있고 통신시장뿐 아니라 식품시장을 비롯해 독점이 존재하는 다수 시장에서도 이같은 정책으로 경쟁 강화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고 밝혔다.
국내 통신사도 "완전자급제 하면 6천~1만2천 원 요금 인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