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죽마고우다. 온화하고 은은하고 평화로운 얼굴, 고향 텃밭에 채소를 가꾸며 노후를 즐긴다. 은퇴후 여유로운 삶을 산다는 것은 말처럼 쉽지않은 일이다. 하지만 친구는 즐기면서 산다. 부와 명예 버려서도 않되지만 과해서는 더욱 안되는 일. 미소가 아름답다
문운주
며칠 전부터 기다렸다. 은근히 설레기도 했다. 죽마고우와 여행은 관광만 하는 것이 아니다. 타임머신을 타고 시간과 공간 속을 오간다. 향수에 빠져든다. 어렸을 때의 기억만은 생생하게 떠오른다. 이상하다. 다른 건 기억이 나지 않는데.
16일, 당일 코스로 홍도를 다녀오기로 했다. 오전 7시까지 승선해야 한다. 바삐 움직인 탓에 목포여객터미널에 도착한 시각이 오전 6시 50분이다. 한 친구가 신분증을 두고 왔다. 메신저로 전송받아 겨우 승선했다. 나이 탓인가.
중부지방에는 호우경보가 내렸다. 전일까지 이곳에도 비가 많이 내렸지만 오래전에 계획한 일이라 실행하기로 했다. 하늘에는 구름만 가득했다. 너울성 파도 때문에 배가 약간 흔들릴 거라는 선장의 안내 방송이 나왔다. 덥지도 않고 차라리 잘 됐다 싶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비금·도초를 지날 때였다. 멀미 때문에 메스껍고 어지러운지 위생봉투를 찾느라 소란스러워졌다. 서울에서 왔다는 한 아주머니의 얼굴이 하얗다 못해 새까매졌다. 남편은 연신 등을 두드려줬다. 이쯤 되면 여행이 문제가 아니다.
흑산도에 내려 잠깐 바람을 쐬기로 했다. 친구들도 예외가 아니다. 두 친구를 제외하고는 완전 녹초가 된 상태다. 30여 분만 더 가면 된다는 승무원의 격려에도 불구하고 이곳에서 하선하기로 했다.
여객터미널 의자에 들어 누어 버린 친구들을 보니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여행 추진의 당사자인 나에게 모든 책임이 있다. 장마 중에도 여행을 밀어붙이고, 섬으로 여행을 고집한 탓이다.
전혀 생각지도 않게 목적지가 바뀌게 된 이유다. 흑산도 하면 생각나는 것은 홍어, 이미자의 <흑산도 아가씨>, 정약전 유배지 정도다. 전에 일주 도로를 드라이브 한 적은 있지만.
신안, 완도, 진도, 여수 등에 걸쳐 형성된 다도해해상국립공원은 크고 작은 100여 개의 섬으로 형성돼 있다. 이 가운데 섬 전체가 검게 보인다는 뜻의 흑산도는 인구 4300여 명으로 우리나라에서 25번째로 큰 섬이다.
흑산도 일주 도로 관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