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슨이 몸담았던 곳은 전자제품을 만드는 기업의 기술지원을 담당하는 콜센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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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센터에도 다양한 종류가 있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국번 없이 114부터 각종 쇼핑몰의 고충 상담 콜센터까지. 제이슨이 몸담았던 곳은 전자제품을 만드는 기업의 기술지원을 담당하는 콜센터였다. 고객들이 제품을 사용하다가 작동이 안 된다거나 고장이 났다거나 사용상의 궁금점이 생겼을 때 전화 상담을 진행하는 곳이었다.
제이슨이 처음 콜센터에 입사했을 땐 교육을 한 달 가량 받았다. 기술지원이라는 업무 특성상 배워야 할 게 많았다. 콜센터 일이 처음이었기 때문에 기본적인 응대 자세와 멘트, 응대 과정에 대해 오래 배웠고 제품에 대한 정보도 알아야 할 것이 많았다. 제이슨에게 들은 콜센터 응대 과정은 다음과 같다.
"전화가 오면 맨 처음에는 인사, 그다음엔 어떤 문제가 있는지 듣고 공감을 표현합니다. '네 많이 불편하셨겠어요' 그 뒤에 필요한 설명을 해주고 마지막엔 '더 필요하신 게 없으신가요?' 여쭤본 뒤 마무리로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우리가 일반 콜센터에 전화했을 때 상담원분들이 말씀해주시는 것들이랑 제가 배운 과정이 거의 비슷했어요."성희롱이 일상인 동료 여직원들
제이슨은 이번 인터뷰에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었다고 했다. 그것은 바로 콜센터에서 보고 들은 여성혐오. 남성인 제이슨은 전화상담 과정에서 성희롱을 겪은 일이 거의 없었다. 하지만 여성들의 경우는 달랐다.
"여성인 지인 중에 우체국 콜센터에서 일했던 친구가 있어요. 그 친구가 말해준 성희롱 일화가 정말 엄청났어요. 깜짝 놀랄 정도로요. 똑같이 콜센터에서 일하더라도 남성보다 여성이 겪는 성희롱이 훨씬 크고 심각하다는 걸 콜센터 일을 경험하면서 깨달았어요."콜센터 일을 경험하면서 여성혐오와 페미니즘 운동에 대해서 좀 더 생각해보게 됐다는 그. 태어났을 때부터 지금까지 남성 권력 속에서 살아왔기 때문에 언제나 가해자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가지게 됐고 더 조심하게 된다고 말했다.
콜센터에서 적성을 찾고, 여성혐오에 대해서도 한 번 더 생각해보게 된 제이슨은 지금은 백수의 신분이다. 퇴사한 이유를 묻자 현명한 판단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더 좋은 조건으로 이직 제안이 들어와 회사를 옮겼지만 이직한 회사에서 취급하는 상품의 종류와 특성이 제이슨의 관심 분야와 너무 맞지 않았다.
직장을 다니면 연차를 사용해서 여행을 갈 수 있다. 하지만 연차를 길게 사용할 수 있는 회사에 다니는 사람이 많지 않을뿐더러 연차를 쓸 수 있다고 해도 넉넉한 기간을 가지고 쉬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누구나 직장을 다니면서도 오래 쉴 수 있고 여행도 길게 다녀올 수 있는 삶을 살 수 있으면 좋겠어요. 하지만 우리 사회는 대체 가능한 인력에 대한 고용을 상당히 빡빡하게 하죠. 한 사람만 빠져도 일이 안 될 정도로요. 그런 게 제일 답답해요."백수의 기본은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것이라는 제이슨. 퇴사 이후 원하는 대로 시간을 쓰며 자유를 만끽하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스스로에게 조바심이 난다고 했다. '내가 이래도 되는 걸까?' 하는 생각과 함께 불안감이 머리를 들 때마다 그는 스스로에게 말한다. '그냥 지금을 즐기자!'
조금 더 일찍 정체성을 깨달았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