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비원이 철망을 드러내고 하수구를 정리하는 모습.
고동완
동과 동을 지나 단지 안쪽에 왔더니 오후 2시다. 같이 오기로 한 경비원이 안 온다. 몇 분이 지났을까. 멀리 두 경비원이 삽을 실은 손수레를 끌고 온다. 아침에 하수구에서 펐던 흙을 담아야 한다. 김씨가 흙을 퍼내자 동료 둘이 자루를 펴서 담도록 돕는다.
"요즘 밥맛이 없어... 건강해야 하는데, 요양원에 가서 (가족이) 수발들면 경제적으로 힘들 거 아니야.""그렇지, 건강하게 살아야지."김씨와 동료가 말을 주거니 받거니 한다. 왼쪽의 다른 경비원은 제초기로 풀을 다듬는다. 주차장 아스팔트에는 그늘이 사라지고 햇빛이 강하게 내리쬔다. 한 동료가 웃통을 벗고 메리야스 차림을 한다. 경비원들 목에 땀이 송골송골 맺힌다.
김씨는 손수레를 인도에 세워두고 하수구 철망을 걷어낸다. 흙더미와 지렁이가 철망에 박혀 나온다. 하수구를 삽으로 휘저으니 커다란 돌덩어리가 잡힌다. 장마가 지나면 화단에서 흙이 씻겨 내려와 하수구를 막는단다. 흙과 돌을 걷어낼 수밖에 없다.
멀리서 동료들이 손짓을 한다. 오후 3시 5분. 관리사무소에서 빵과 음료수를 가져왔다. 김씨는 흩뿌려진 흙을 정리하려고 빗자루를 놓지 않는다. "이왕 시작한 거 빨리 끝내야 해요." 빵을 집고 한 움큼 입에 들이밀던 김씨는 10분도 안 돼 자리를 털고 일어난다.
세금 떼고 나면 남는 돈은 '월급 140만 원' 다른 하수구. 물이 먹물이다. 썩은 물을 머금은 흙이 더미로 나오더니 역한 냄새를 풍긴다. 김씨의 신발은 흙에 젖었다. 철망을 들어 힘껏 털고, 자리에 다시 끼우는 것도 일이다. 김씨의 한 달 월급은 얼마일까.
"149만 원 정도 받는데, 소득세 주고 뭐 주고 나면 140만 원이죠." 땡볕의 기세는 강해져만 간다. 김씨의 하늘색 셔츠는 파란 물감이 물든 것처럼 젖었다. 김씨가 흙무더기를 드러내고 있을 때 한 청년이 "아저씨, 죄송한데 택배 좀 봐줄 수 있어요?"라고 물어본다. "여기가 아니고 저기." 김씨가 짤막하게 대답한다. 우리 소관이 아니니 저쪽 경비실로 가란 말이다. 같이 흙을 파내던 동료가 문득 입을 연다.
"관리소 직원은 적은데 세대수는 많으니 이런 일도 경비원이 하는 거예요. 오늘 라면 두 개 먹어야 겠는데. 하나론 간에 기별도 안 되겠어(웃음)."2시에 시작한 작업은 4시 20분이 되어서야 마무리할 수 있었다. 김씨의 발걸음은 1시에 처음 봤을 때와 그대로다. 땀을 훔친 김씨는 바로 분리수거장으로 향한다. 바닥에 팽개쳐진 음식물을 쓸어 담는다. 1시엔 없던 것들이다. "짬 나는대로 봐야 해요." 김씨는 비닐 하나라도 아끼려, 막대로 쓰레기를 쑤셔 부피를 줄인다.
분리수거 종류는 다양하다. 유리병은 소주/맥주와 드링크류, 플라스틱은 페트류와 요구르트로 나뉘고, 스티로폼도 빠질 수 없다. 분리수거장은 동마다 있는데, 각 동에 경비원 혼자서 정리해야 한다.
김씨가 경비실에 앉았다. 오후 4시 34분. 이제야 숨 돌릴 틈이 생겼다. 허기가 차츰 돌 시각, 밥은 어떻게 먹는지 궁금해졌다.
후덥지근한 경비실 "물에 말아 억지로 먹는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