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대능선에 오르면 원도봉산의 주봉들이 더 가깝게 보인다. 중앙의 뾰족한 봉우리가 가장 높은 자운봉이다
의정부시 문화관광 포털
울퉁불퉁한 암석들이 즐비한 길을 거친 숨을 쉬며 오르니, 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수십 년 전 포병부대가 있었던 곳이라 포대능선이라 부른다는 이날 산행의 정상에서는 원도봉산의 주봉들이 한눈에 들어왔다. 망월사에서 보았던 만장봉과 자운봉, 선인봉은 한층 가깝게 눈앞으로 다가와 위용을 뽐냈다. 1장이면 10척, 만 장이면 10만 척의 어마어마한 높이다. 만장봉이 그만큼 높다는 뜻이다.
자운은 불교에서 상서로운 기운을 일컫는 말이다. 당나라 시인 유우성은 '山不在高 有仙則名(산부재고 유선즉명)'이라고 했다. 아무리 높고 웅장한 산이라도 신선이 없으면 여느 산과 별 차이가 없다는 뜻이다. 신선이 도를 닦는 바위라는 선인봉마저 갖췄으니 원도봉산은 그야말로 명산이다. 엄 대장은 "아침에만 해도 어제 내린 비로 날씨가 우중충했는데, 시간일 지날수록 햇살이 비친다"며 "저의 모산인 원도봉산의 산신령이 저와 함께하는 여러분을 보살펴주고 있는 것"이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날 산행에 참여한 이유를 묻자 엄 대장은 이렇게 답했다.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오르면서, 제가 이제까지 산에 오르면서 느꼈던 감정, 경험담을 공유하는 것을 좋아합니다."다양한 사람과 자신이 보고 느낀 산을 나누고 싶다는 엄 대장 말에서 그 옛날 문인들 모습이 떠올랐다. 글로써 원도봉산의 정취를 후대에 전달했던 문인들 마음도 엄 대장과 같지 않았을까?
'도전하는 산행'에서 '즐기는 산행'으로포대능선 산불감시초소를 지나면서는 하산을 시작했다. 한가로이 주변 풍경을 둘러볼 여유를 가질 만큼 녹록한 길은 아니었다. 산에 오르는 것보다 내려오는 것이 위험하다는 말이 새삼 머리를 스쳤다. 바위 사이로 난 길을 쇠줄에 의지해 내려오며, 일행 중 몇몇은 아슬아슬하게 미끄럼을 탔다. 엄 대장은 하산 속도를 천천히 조절하며 일행에게 "조심하세요"란 당부를 수시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