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과 절차 무시하는 폭력적 공무집행 방해는 좌시 않할 것"

[이슈 인터뷰] 서산시청공무원노동조합 김선복 위원장

등록 2017.07.11 08:52수정 2017.07.11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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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적인 공무집행 방해에 따른 일선 행정기관의 피해가 선을 넘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과거 권위적이던 관료주의 체제에 대한 반발과 갈수록 살기 어려워지는 서민층의 몸부림이라는 온정 섞인 시선도 있지만 때로는 자신의 이익만을 위해 정당한 법 집행 자체를 무시하고 폭력을 휘두르는 경우도 발생하는 것이 현실.

이러한 폭력적인 공무집행 방해는 맡은 바 임무에 전념하고자하는 공무원들의 사기를 저하시켜 선량한 다수의 민원인들도 제대로 된 행정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등 심각한 부작용을 낳고 있다. 이에 서산시를 비롯한 전국의 공무원노동조합이 폭력적인 공무집행 방해에 대해 더 이상 좌시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나타내며 행동에 돌입했다.

10일 서산시청공무원조동조합 김선복 위원장을 만나 폭력적인 공무집행 방해를 근절하기 위한 방안을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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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산시공무원노동조합 김선복 위원장 ⓒ 방관식


- 최근 공무집행 방해 행위에 대한 엄벌을 요구하는 탄원서를 경찰에 제출하게 된 배경은 무엇인가?
"대한민국 헌법 제7조에 보면 '공무원은 국민전체에 대한 봉사자이며, 국민에 대하여 책임을 진다'라고 되어 있다. 이런 까닭에 항상 공무원은 시민을 대함에 있어 부모요, 형제요, 친구라는 맘으로 민원처리를 하려고 노력하고 있으며 서산시 직원들도 공무를 처리하면서 불편부당함 없이 민원을 처리하려는 마음을 가지고 시민들을 대한다.

문제는 공무원 모두가 이처럼 행동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관공서를 찾아온 민원인이 부모님 연배임에도 쌀쌀하게 되받아치는 일부 직원들의 민원응대가 전체 공무원의 얼굴에 먹칠을 하게 된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민원인의 이해관계가 얽혀있고, 생계유지 부분과 연관이 된 경우 등 원만한 민원해결이 쉽지 않고, 서로가 얼굴을 붉히는 경우가 빈번해지는 것도 현실이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언론에서 언급한 것처럼 사회복지과 기초생활수급관련 2건, 고북면 사회복지 업무 처리 관련 1건, 건축허가와 관련된 생활민원 1건 등 공무원들이 고초를 겪는 경우가 빠르게 증가했으나 그때마다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쉬쉬 넘기는 상황이 계속돼 문제가 해결되기 보다는 위협의 정도가 더욱 심각해지는 상황에 다다르게 된 것이다.

그런데 이번 환경생태과에서 직접적으로 민원인이 담당공무원을 폭행한 상황이 발생,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다는 판단에 피해자가 1차 고소를 한 상황이었고, 앞으로 또 발생하는 공무집행방해 행위에 대해서 수사당국의 강력한 처벌을 원한다는 직원들의 바람과 우리 동료는 우리가 앞장서서 지키겠다는 의지가 담긴 연명부를 전달하게 됐다."

- 폭력적인 악성민원의 사례와 이에 따른 피해는?
"앞서 아산시청에서는 차량에 휘발성 물질을 싣고 청사로 돌진하는 사건이 있었고, 지난 6월에는 원만한 민원 해결이 안 된다는 이유로 몸속에 손도끼를 숨기고 담당 여성 공무원을 위협해 기절시키는 등 인근 지역에서도 비일비재하게 발생하고 있다


서산시의 경우도 최근 환경생태과를 방문한 민원인 A씨가 합법적으로 처리된 행정처분에 대해 개인의 영업 손실 등의 이유로 담당 공무원을 찾아와 심한 욕설과 함께 얼굴을 가격해 전치2주의 상해를 입혔다. 이로 인해 담당 공무원은 심각한 정신적 스트레스로 인해 정상 출근을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지난 4월에는 업무종료 후 복지행정서비스에 대한 불만 가지고 시청 사회복지과 사무실을 방문한 C씨가 잔무 중인 담당 여성공무원 D씨에게 집기로 위협을 가하려고 했으나, 담당팀장이 이를 저지하면서 다행히 큰 사고를 막았다. 고북면에 근무하는 여성공무원 E씨는 최근 복지상담 도중 민원인에게 '얼굴을 기억하겠다', '밤길 조심해라'라는 등 위협적인 폭언을 들어 심적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그밖에 최근에는 국민기초생활보장을 받던 민원인이 확인조사 대상자로 재조사 한 결과 근로소득이 발생해 중지대상자로 결정됨 것에 앙심을 품고, 수리로 담당 여 공무원에게 전화와 방문을 해 '혼자 죽을 수 없다. 다 같이 죽겠다'는 등 위협적인 폭언을 일삼으며 담당자 사진을 찍어가려다 제지를 당하는  등 많은 공무원이 늘 불안에 떨며 대민 서비스에 임하고 있는 실정이다."

- 이러한 악성민원이 근절되지 않고 있는 이유는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사회적으로 고용감소, 실업자증가, 빈부격차 심화 등으로 저소득층 시민들의 삶의 질이 나아지지 않고 핍박해지는 상황에서 의지할 데라곤 관공서인데 그 곳에서조차 인정을 못 받고 도리어 수급자 제외 통보를 받으니 감정이 격앙되는 것도 이해는 간다.  또 이 부분에 있어서 담당자들의 지혜로운 민원 응대방안도 필요하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폭력으로 해결하려는 시도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그리고 목소리 한번 높이고 떼 쓰면 다 들어준다는 인식이 언젠가부터 민원인들 몸에 배어 있고, 담당자가 안 되면 상급자 또는 시장은 들어줄 것이라는 생각이 만연한 것도 폭력적인 악성민원의 근절에 큰 걸림돌이다. 여기에 창구 직원들 또는 일반 직원들의 경우 민원인에게 친절하게 응대 안하면 인사 상 불이익을 받을 것이라는 점을 악용해 더 큰 소리로 민원을 제기하는 면도 없지 않다.

근본적으로 정부당국의 소극적인 대처 또한 악성고질 민원이 반복되는 가장 큰 이유라고 생각한다. 서산시의 경우도 폭력적인 악성민원에 대한 대처는 하위 수준이다. 방호체계를 갖추고 민원 발생과 동시에 청경 등과 호출 연계하고, 상황이 심각하면 112 신고해 현장에서 공무집행 방해 건으로 처리한다면 최소한 폭력적인 악성고질 민원은  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경찰 등의 물리력이 만사는 아니지만 시민과 공무원 모두 다를 위해서라도 확실한 기준마련이 절실하다."

- 앞으로 서산시공무원노동조합 차원의 대응방안은 무엇인가?
"집행부에게 강력한 청사방호시스템을 주문할 것이다. 현재 주차관리 수준인 현관 청경 2인 체제를 제대로 된 제복(현재복장이 규격화된 것이라 함), 즉 경찰복장과 유사하게 착용하도록 정하고 흉기 및 막무가내로 행패부리는 민원인을 제압할 수 있을 정도의 능력을 갖춘 청경으로 교체하고, 가스총 소지도 생각하고 있다.또한 만약의 상황에 대비해 청사 내 모든 부서에 청경과 경찰 112에 연결되는 호출벨을 각각 설치할 것을 주문할 것이다.

악성민원인의 경우 동료직원이 112에 신고하는 것을 목격하고, 그 신고자를 제2의 보복 대상으로 삼기 때문에 신분 노출을 예방할 수 있는 호출벨 설치가 필요하다. 그리고 악성고질민원 대응 메뉴얼 제작과 이를 바탕으로 한 직원 교육도 요구할 계획이다. 노조 자체적으로는 폭력, 폭언을 동반한 민원 발생시 노조 이름으로 형사고발하는 등 강력하게 대응할 계획이다. 노조 예산에 권익관련 변호사 수임료를 책정, 앞으로의 사태에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물론 이에 앞서 불미스러운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직원들을 상대로 민원인과의 갈등 발생 시 흥분하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예방교육을 실시하고, 동료직원들 역시 흥분한 민원인에게 차를 대접하며 진정시킬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데 다함께 노력하도록 할 생각이다."

- 민원인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위원장 역시 병원이나 금융기관 등 다른 단체를 방문하면 눈치를 보게 되고 상대방이 최대한 나에게 친절하게 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또한 서운하게 일 처리를 하면 화나고 따지고 싶은 맘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민원인들 또한 관공서를 찾아올 때 같은 생각일 것이다.

민원을 해결하고자 함에 있어 일반 담당자가 모든 것을 마무리하는데 한계가 있다. 그 담당자에게 아무리 욕을 하고 시정을 요구한다 한들 절차상 정상적으로 이뤄지는 공적인업무가 한 순간에 원인무효가 되는 것은 아니다. 모든 일에 절차가 있다. 담당자가 무례하고 불친절한 태도로 민원인을 무시한다면 행정기관의 감사팀에 제보하여 처리하도록 권유한다.

담당 공무원도 동생 같고 자식 같을 텐데 최대한 서로가 이해를 시켜가며 흥분하지 말고 차분히 대화로서 해결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앞으로 불친절한 공무원이 있으면 서산시청공무원노조에 신고해주길 바란다. 공무원이 잘못했으면 당연히 혼나야 한다. 도리어 민원인에게 소리치고 무시하는 공무원은 노조에서 바른길로 안내 하도록 하겠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충청뉴스라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공무집행방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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