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산부배려석에 앉은 남성들의 사진을 몰래 찍어 공유하는 '오메가패치'. 작년 이맘때 큰 논란 끝에 경찰 수사 이후 계정은 삭제됐다.
강동희
그러나 이러한 폭력의 주체는 몇몇 얄팍한 정의감에 불타는 누리꾼들이었을지언정, 보다 본질적인 원인 제공자는 서울시와 정부라는 주장이 많다. 우선 '임산부 배려석'이라는 명칭이 모호하다. 임산부 '전용석'으로 임산부가 아니면 아예 이용하지 말라는 얘긴지, 아니면 임산부가 보이면 우선적으로 앉도록 해달라는 의미인지 알 길이 없다.
'배려'라는 표현을 보면 사실상 후자로 보이나 오메가패치 등의 등장을 보면 핑크 좌석의 의미를 전자로 인식하고 있는 시민도 적지 않아 보인다. 임신 사실이 눈에 띄거나 임산부 표식을 달고 있는 이가 열차 내에 없을 경우엔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합의된 바가 없다.
해당 좌석에 앉은 여성들의 임신 사실을 일일이 확인할 수 없는 만큼 해당 좌석이 사실상의 '젊은 여성 전용칸'으로 이용될 수 있는 부분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실제로 임신 사실을 눈으로 확인하기 어렵거나 임산부 표식을 달지 않은 여성 중에도 해당 좌석을 이용하는 이들이 많이 보인다. 이들 중엔 임신이 아닌 이들도 분명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진짜 임산부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 그런 얌체 시민들의 존재를 감안하더라도,임산부석은 필요하다. 한국 사회에서는 특히 그렇다.장애인 노약자 임산부석은 노인들의 텃세로 임산부들이 이용하기 매우 부담스럽고, 일반 좌석의 경우에도 임산부가 자신의 임신 사실을 먼저 알리고 좌석을 양보할 것을 요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비양심 승객의 존재로 인한 해당 좌석의 '여성전용석화'로 인한 피해보다, 임산부 승객들이 아무런 부담 없이 이용할 수 있는 좌석의 마련으로 인한 사회 전체의 이익이 더 크다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