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선물을 싣고 돌아오는 벨사키네 가족
현북스
"이제 예전 생활로 돌아갈 준비가 된 것 같아. 남편이 고리타분한 사람이 아니라서 기쁘고, 용에게도 고맙지만, 분명한 건 이웃들과 다시 사이좋게 지낼 수 있다는 거야."완벽한 크리스마스 휴가를 보낸 벨사키 부부는 집에서 만족스러운 티타임을 가진다. 용이 사라진 집은 넓고 조용하다.
"지후야, 집에 돌아온 벨사키 부인은 불행할까? 행복할까?""행복할 것 같아요. 친구들하고 다시 놀 수도 있고 편하게 쉴 수 있잖아요.""그럼 지후는 매일 친구하고 놀고, 집에서 편하게 쉬니까 이미 행복한 거네?"지후는 잘 모르겠다며 얼굴을 붉혔다. 나는 지후에게 기회가 되면 어디든지 떠나보라고 했다. 그토록 가보고 싶다는 롯데월드도 좋고, 가까운 강릉이라도 괜찮으니 가보라고 부추겼다. 있던 자리를 떠나본 사람만이 옛 자리를 돌아볼 수 있다. 안온한 일상의 소중함은 일상이 깨어진 곳에서 피어난다.
"좋긴 한데, 너무 많이 다니면 힘들지 않을까요? 집 나가면 고생이라는데.""질문을 바꿔볼게. 벨사키 가족이 용을 키우면서 안 힘들었을까?""힘들었겠죠. 먹이 주고, 똥 치우고, 목욕시키고."용이 아니라 개 한 마리, 고양이 한 마리라도 집에 들이면 손이 간다. 마찬가지로 다리가 전혀 안 아픈 여행, 돈과 시간이 안 드는 여행은 없다. '배낭을 싸기도 전에 거기 가봤자 이러저러할 게 뻔해, 당기긴 하는데 막상 갔을 때 별로면 어쩌지?'라며 포기해서는 안 된다.
더군다나 가슴 속에 불꽃이 파바박 튈 만큼 강렬하게 품었던 꿈이라면 최선을 다해 도전해야 한다. 롯데월드에 가봐야 내가 진짜 원했던 것이 롤러코스터였는지, 일상 탈출이었는지 알 수 있다. 디즈니랜드에 갈지 말지는 그때 가서 고민해도 늦지 않다.
"벨사키 아저씨가 또 용을 사 올까요?"그건 아무도 모른다. 애완동물 가게 주인에게 수소문해서 새로운 용을 데려올 수도 있고, 한때의 아름다운 추억으로 간직하며 단념할 수도 있다. 적어도 확실한 건 벨사키 씨가 올란도의 애완동물로 용을 택했기 때문에 환상적인 날들을 보낼 수 있었다는 사실이다.
벨사키 씨는 아내 잔소리가 듣기 싫어서 용을 샀다. 이렇게 평범한 사람도 과감한 결정 한 번으로 인생이 바뀌었다. 우리가 걱정해야 할 것은 어디서 용을 사야 할지가 아니라, 용을 눈 앞에 두고도 겁이 나서 돌아설 자신이다. 혹시 아는가? 용이 우리를 등에 태우고 마법의 섬으로 인도할지. 그것도 오직 행동으로 옮긴 자만이 알 수 있는 일이다.
아빠가 용을 사 왔어요 - 케이트 그린어웨이 수상작
헬렌 옥슨버리 그림, 마거릿 마이 글, 황재연 옮김,
현북스,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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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구하는 가계부, 미래의창 2024>, <선생님의 보글보글, 산지니 2021> 을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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