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총수 청문회장, '재벌 구속' 촉구 노동자회견2016년 12월, 재벌총수 9명이 출석하는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1차 청문회가 국회 정론관 앞에서 열렸다. 유성기업, 기아차 노동자와 '박근혜 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 재벌구속특별위원회' 소속 회원들이 재벌 구속 등을 요구하며 기자회견을 하자 국회 경비가 이를 저지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물론 조대엽 후보자는 훌륭히 사회운동을 분석한 교수다. 그의 학자적 진보성을 의심하지 않는다. 나는 그가 2000년대 촛불운동을 비롯한 사회운동의 변화를 다룬 글을 매우 감탄하며 읽은 바 있다. 특히 <한국사회운동과 NGO>라는 책에서 "혁명적 계급주의와 제도화된 계급주의가 좌절을 경험하면서 등장한 개인들의 두 가지 집합적 경향을 '대중화'와 '시민화'로 설정"한 분석은 탁월했다.
그런데 문제는 그가 오르려는 자리가 고용노동부 장관이라는 점이다. 노동현안에 대한 이해와 전문성이 필요하다. 그가 '고용노동부를 노동부'로 하겠다거나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격차를 줄이겠다'거나 '쉬운 해고를 가능케 한 양대지침을 폐기'하겠다고 한 것은 원칙적으로 훌륭하다.
하지만 지금 필요한 장관은 기울어지고 불법이 판치는 노동현실을 바꿀 전문적 역량과 의지가 있는 인물이다. 전문성이 없는 장관은 고용노동부 관료들에게 휘둘릴 가능성이 높지 않을까. 노동부 장관은 재벌의 갑질, 부당노동행위, 불법파견 등의 현안을 파악하고 해결할 의지가 있어야 한다. 게다가 그가 사외이사로 있었다는 주장이 불거진 기업은 임금을 체불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재벌과 기업의 불법을 다스리지 않고 노동 존중을 성취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노동조합 할 권리를 옹호할 장관현대차가 기소된 지 한 달이 넘었건만 아직 재판이 열리지 않고 있다. 여러 정황을 통해 현대차그룹 부품사의 노조 파괴는 단지 몇몇 이사의 일탈적 행위가 아니라는 사실이 확인됐다. 현대차그룹은 한국 재벌 그룹 중 유일하게 노무담당 그룹부회장이 있다. 그만큼 현대차그룹의 노무관리는 치밀하고 중요하다는 뜻이다.
얼마 전에 밝혀졌듯이, 현대차그룹인 현대글로비스는 동진오토텍지회가 설립되기 전인 2016년 6월 '협력사별 대응방안(동진오토텍)'이라는 문건을 만들었다. 원청인 현대차가 협력사 노사문제를 직접 관리하고 있는 증거다.
문건에는 "비정규직 조합원이 동료에게 노조 가입을 권유한 정보가 입수됐을 경우 반장→부서장→사장보고와 글로비스에 동시보고"라 적혀 있다. 그 이전에도 현대차그룹이 발표한 대회사에 이러한 정황이 드러난 바 있다. 유성기업뿐 아니라 발레오전장, 대림자동차, 상신브레이크 6개 부품사 노사관계에 개입했다.
한국에서 노동자들이 열심히 일해도 가난한 건 노동자들의 권리를 보호하는 제도가 소홀하고 정부의 관리감독이 허술하기 때문이다. 헌법과 노동법이 있지만 노동조합에 가입하면 기업주로부터 불이익을 당하기 일쑤니 노조가입은 꿈도 꾸지 못한다. 노조에 가입해야 최소한의 권리를 보호할 수 있는데 그렇게 할 수 없다.
게다가 정부나 보수언론은 민주노총을 불법이익집단으로 매도하고 파업은 공익을 해친다고 왜곡한다. 한국에서 노조할 권리를 행사하기 어렵다. 노조가입률이 10%라는 현실이 이를 잘 보여준다. 한동안 문재인 대통령이 인기가 높아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 빗댄 적이 있는데, 오바마 대통령조차 노조가입을 적극 권유한 바 있다.
적어도 새 정부의 노동정책을 집행할 장관이라면, 한국 사회에서 노조파괴행위로 노동자의 노조할 권리가 어떻게 얼마큼 깨지고 있는지 알아야 마땅하다. 새 정부의 노동정책은 헌법에 있는 노동조합의 권리를 적극적으로 옹호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그런데 장관 후보자가 현안을 모른다. 사람들은 장관 후보자가 현대차그룹의 부당노동행위에 대해 원칙적인 입장을 취할지 미심쩍어 할 수밖에 없다. 문재인 정부가 성공하려면 헌법 32조와 33조에 보장된 노동자의 권리를 옹호할 고용노동부장관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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