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 박지원 전 대표(오른쪽)와 이용주 의원이 지난 4일 오후 국회 법사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촌철살인의 비유로 누리꾼들에게 소위 '노르가즘'을 선사하고 있는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가 다시 한번 특유의 걸쭉한 입담을 과시했다. '문준용 취업 특혜의혹 제보조작 사건'(제보조작 사건)을 당원 이유미씨의 단독범행으로 잠정 결론 내린 국민의당을 강하게 비판하면서다.
"콜레라균을 단독으로 만들었든 합작으로 만들었든 이를 뿌려 퍼트린 것은 국민의당이다. 국민의당이라는 공신력 있는 정당의 타이틀을 걸고 발표했기에 많은 국민들이 믿은 것이다. 분무기로 뿌린 쪽의 책임이 더 크다."
대국민 사과 후 살 길 찾아 나선 국민의당노회찬 원내대표는 지난 5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제보조작을 콜레라균에 비유했다. 제보조작을 이유미씨 단독으로 한 것이든 당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한 것이든 상관없이 이를 유포한 쪽이 더 문제라는 취지다. 다시 말해 제보에 혹해서 필터링 없이 이를 덜컥 공개한 국민의당의 책임이 훨씬 막중하다는 것이다.
노회찬 원내대표의 '노르가즘'은 방송 내내 이어졌다. 그는 박주선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이 "국민도 속고 국민의당도 속았다"고 털어놓은 것에 대해서도 "조사해서 팔지 말아야 할 책임이 냉면집 주인에게 있는데 '균이 나를 속였다. 대장균의 단독범행'이라고 말하는 꼴"이라며 "여름에 냉면집 주인이 '나는 대장균에게 속았다'고 말하는 것과 같다"고 꼬집었다.
국민의당이 제보조작 사건을 이유미씨의 단독 범행이라 잠정 결론 짓고, 안철수 전 대표와 박지원 전 대표 등 당 지도부와 무관하다고 선을 그은 것을 신랄하게 비꼰 것이다. 제보조작 사건의 본질은 외면한 채 책임 회피에 급급하고 있는 국민의당의 행태는 한마디로 어불성설이라는 뜻이다.
실제로 제보조작 사건과 관련, 국민의당은 도저히 공당이라고는 볼 수 없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인적·물적 인프라를 두루 갖춘 공당이 한낱 평당원의 조작에 놀아났다는 설정부터가 도무지 이해 불가다. 더욱이 국민의당이 관련 의혹을 터트린 5월 5일은 대선을 불과 나흘 앞둔 시점이었다. 제보의 성격과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한다면 의혹 제기에 앞서 보다 엄중한 검증의 과정을 거쳤어야 했다.
그러나 국민의당은 마치 무엇에 홀리기라도 한 듯이 이 사안에 빨려 들어갔다. 그들은 제대로 된 검증 없이 조작된 증거를 바탕으로 TV에서, 기자회견장에서, 유세장에서, SNS에서 상대 후보를 맹렬하게 성토했다. 증거가 조작된 것으로 판명이 나는 순간 쥐구멍이라도 찾아야 할 만큼 그들은 의혹 확산에 열과 성을 다했다. 이 모습이 언론을 통해 여과 없이 국민에게 전달됐음은 물론이다.
그러나 국민의당은 박주선 비대위원장의 대국민 사과 이후 제 살 길 찾기로 입장을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이용주 당시 공명선거추진단장을 비롯해 이준서 전 최고위원 등 제보조작 사건의 핵심 관련자들 모두 이유미씨에게 화살을 돌리기에 여념이 없다. 당 지도부 역시 "몰랐다", "아니다" 등의 회피성 발언을 녹음기처럼 읊어대고 있을 뿐이다. 이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국민도 속고, 국민의당도 속았다"는 기상천외한 결론이 괜히 나온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다.
통화 기록은 있는데 통화 사실은 기억 안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