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오전 7시께 한 청소노동자가 신문과 우편물을 의원실로 옮기고 있다.
김성욱
"우린 5시면 출근해요. 근데 오늘 왔는데 글쎄 엘리베이터마다 (종이가) 붙어있더라고..." 청소노동자들은 출근 후 엘리베이터에서 문제의 종이를 발견하고 깜짝 놀랐다고 전했다. 청소노동자들은 이른 아침부터 신문과 각종 우편물로 가득 찬 바퀴 달린 플라스틱 원통을 분주하게 끌면서도 엘리베이터에 붙은 종이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연신 "감동이다", "날도 더운데 누가 붙여놨는지 참 고맙다"라는 말이 이어졌다. 한 청소 노동자는 글씨가 잘 안 보이는지 얼굴을 바로 앞에 갖다 대고 내용을 거듭 확인하기도 했다.
청소 노동자 A씨는 "엊그제부터 이틀 동안 화물칸 승강기를 이용해보니 시간이 너무 걸리더라. 신문 배달하는 시간은 다들 비슷하니까 줄이 쭉 서있는데, 한 두 번 놓치니까 20분이 그냥 갔다"라며 "신문 배달이 늦으니 한 의원실에선 왜 신문이 제 때 안 오냐고 묻기도 했다던데... 아무래도 눈치가 보이지"라고 어려움을 털어놨다. 이어 A씨는 엘리베이터에 붙은 A4용지를 언급하며 "짐 들고 같이 타면 면박을 주는 의원실도 있지만 이렇게 따뜻한 의원실도 있다. 내용을 보니 보좌관 쪽인 것 같은데 누군지 참..."이라며 익명의 게시자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국회의원들도 이날 의원회관 엘리베이터에 붙은 종이에 호응했다.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SNS에 "더불어 살아가는 새로운 대한민국, 나라다운 나라의 국회에서 차별은 있을 수 없다"며 "국회의원은 주권자 국민 위해 봉사하는 일꾼, 청소 노동자나 택배 기사님들도 국민이다. 의원과 보좌관들은 결코 알량한 특권 누리려고 국민 마음 아프게 하지 않겠다"고 썼다. 같은 당 김영호 의원도 "권위적인 정치문화 청산을 위해서라도 문제를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국회 설비과는 이날 내부 게시판에서 해당 공문을 삭제한 것으로 확인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