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당시 문준용(문재인 대통령 아들)씨 취업 특혜 의혹을 조작한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국민의당 당원 이유미씨가 지난 6월 29일 오전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도착하고 있다.
권우성
그러나 안철수 전 대표는 여전히 묵묵부답이다. 지난 2일 서울 모처에서 당 차원의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국민과 당에 정말 죄송한 일이 발생했다"고 말한 것이 전부다. 절대로 일어나서는 안 될 제보조작 사건으로 인해 한 개인의 인권이 짓밟혔고, 대의민주주의가 훼손되고 유린됐다. 어디 그뿐인가. 기만 당한 다수 국민이 공분하고 있고, 그 여파로 말미암아 당은 존폐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그럼에도 안철수 전 대표의 침묵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제보조작 사건은 민주주의의 부재 속에 많은 허점이 생겨난 결과다. 현재 당이 직면한 문제는 신뢰 회복의 문제다. 신뢰 회복의 요체는 책임이고, 책임의 요체는 반응하는 것이다. 지금은 각자 자신의 무고 증명에 급급한 상황이지만, 정당으로서 포괄적 정치적 책임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김태일 국민의당 혁신위원장이 4일 오후 제보조작 사건에 대해 밝힌 입장 중의 일부다. 김태일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며 안철수 전 대표의 사과를 요구했다. 그는 지난달 29일에도 "자신을 위해 뛰었던 집단과 세력에 대해 장수가 책임져야 한다"며 안철수 전 대표가 보다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주어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황주홍 의원 역시 3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국민적인 공분, 분노가 폭발하고 있는 시점이기 때문에 지금이라도 아주 짧은 정도의 입장 표명, 예컨대 '죄송하다. 이유 여하를 떠나서 책임감을 느낀다. 검찰 수사가 완료가 되면 여러분 앞에 서서 입장을 밝히겠노라'고 이런 정도의 입장표명이라도 있어야 한다고 본다"며 안철수 전 대표의 대응에 진한 아쉬움을 토로했다.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는 안철수 전 대표에 대해 당 내부에서도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는 것이다.
국민의당 존립 흔들리는데... 무고 증명에 바쁜 관계자들여론 역시 극도로 나빠지고 있다. 윗선의 개입이 없었다는 국민의당의 발표와는 달리 복수의 여론조사 결과, 다수 국민은 당 차원의 조직적인 개입이 있었을 것이라고 판단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당의 지지율도 곤두박질 치고 있다. 최근 발표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민의당은 정당 지지율에서 최하위를 기록한 데 이어, 최대 지지기반인 호남에서조차 자유한국당에게 뒤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이번 제보조작 사건으로 인해 당의 존립이 송두리째 흔들리고 있다는 방증이다.
제보조작 사건에 대한 검찰수사와는 별개로 누군가는 나서서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에 이견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김태일 위원장의 표현을 빌자면, 관련자들이 모두 자신의 무고를 증명하기에 급급하고 있는 형국이다. 게다가 국민의당의 창업주이자 얼굴인 안철수 전 대표는 당 안팎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침묵을 고수하는 중이다.
지난 대선에서 상대 후보를 향해 목소리를 높이던 안철수 전 대표의 모습은 아직까지도 많은 사람들의 기억에 또렷이 남아있다. 조작된 증거가 마치 진실인 것처럼 힘주어 강변하던 그 모습이 여전히 뇌리에 선명하게 각인돼 있는 것이다. 아마도 그래서일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 사건에 분노하는 이유 말이다.
거품 물고 달려들던 당시의 기세에 비하면 지금의 이 침묵은 비겁하다고 밖에는 달리 할 말이 없다. 안철수 전 대표가 금과옥조처럼 뇌되이던 '새정치'가 이런 모습일 거라고 생각치 않는다. 작금의 침묵은 '금'이 아니라, '독'이라는 사실을 안철수 전 대표가 하루 빨리 깨닫게 되기를 바란다. 침묵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자신의 정치 시계 역시 그만큼 빨라진다는 사실도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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