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를 즐기기 위해 나온 사람들화이트 나이트(White Night)의 밤
박설화
도시의 많은 인파를 구경할 수 있는 밤이었다. 빽빽하게 들어찬 사람들의 표정은 스스로 그 혼란 속으로 비집고 들어왔음을 보여주고 있었다. 도시 곳곳이 음악에, 빛에, 그림의 에너지에 물들었다. '화이트 나이트(White Night)' 축제의 밤이었다.
위도가 높은 지방의 여름, 해가 지지 않는 데서 기인한 이름인 '화이트 나이트'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축제에서 시작해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 파리를 필두로 영국의 여러 도시, 로마, 몬트리올, 토론토, 시카고, 아이슬란드, 멜버른 등으로 퍼져나갔으며, 각 도시에서는 화이트 나이트라는 이름의 축제로 짧은 여름밤을 예술로 물들인다.
축제는 흡사 대중에게 자극을 주기 위한 기회의 장과도 같았다. 국제적으로 유명한 아티스트의 기묘하지만 흥미로운 설치미술 전시부터 재즈와 힙합을 아우르는 대중적인 무대까지 끊임없이 사람들을 자극했다. 평소에는 선뜻 찾게 되지 않는 포럼 극장에서의 오케스트라의 재즈 공연도 적절한 의상이면 즐길 수 있었다('조리샌들'은 입장 금지였다). 론스데일 거리에서는 많은 군중이 스크린을 보며 라틴댄스를 따라 췄고, 음색이 깊은 애버리진 래퍼의 공연에서는 사람들이 한마음으로 양손을 올린 채 리듬을 즐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