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에 앞서 그린피스와 '560 국민소송단'이 서울행정법원 앞에서 탈핵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2017/06/29)
정혁
원고적격을 판단하는 데에는 '법률상 이익'이 중요한데, 보통 환경분쟁과 관련한 재판에서는 법률상 이익을 탄력적으로 해석해서 원고적격의 범위를 넓게 인정하는 편이라고 한다. 그렇지만 피고인 원자력안전위원회 입장에서는 아무래도 원고의 수가 많은 것보다는 적은 게 나으므로, 이 문제를 피고가 얼마나 완강하게 주장하느냐에 따라 재판 진행은 좀 영향을 받을 수도 있을 것 같다.
2. 소급적용 여부한전의 자회사인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신고리 5·6호기 건설허가 신청을 한 시점은 2012년 9월이고,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가 건설허가 승인을 의결한 시점은 2016년 6월이다. 그 사이에 원전과 관련된 상당히 많은 법 개정이 이뤄졌고, 관련법들은 전 세계적인 탈원전 움직임에 발맞춰 대체로 이전보다 더 엄격해진 편이다.
그렇다면 신고리 5·6호기는 한수원이 신청한 시점의 법(개정되기 전 규정) 적용을 받아야 할까, 아니면 원안위가 승인한 시점의 법(개정된 후 규정) 적용을 받아야 할까? 3년 9개월 정도의 시차가 있는데 여러 법률과 하위 규정들이 그동안 많이 변경되었으므로, 이 부분이 어떻게 결정되는지에 따라 건설허가 처분 취소소송에서 실제 재판의 양상은 크게 달라지게 된다.
사실 560 국민소송단이 원자력안전위원회의 건설허가 처분이 잘못되었다고 주장하는 논리의 상당 부분은 개정된 규정에 근거한 것이므로, 원안위 승인 시점의 법이 적용되어야 신고리 5·6호기 건설을 법으로 막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원전을 반대하는 시민의 입장에서도 좀 더 국민 안전을 중시하고 상대적으로 엄격한 법을 적용하는 게 시대적 흐름에도 맞고 문재인 대통령의 탈원전 선언과도 부합한다.
반면 한수원이나 원안위 입장에서는 현재 거의 유일하게 건설 중인 원전이 완성되길 바랄 테고, 향후 본인들의 책임 회피를 위해서라도 건설허가 신청 시점의 법 적용을 바랄 것이다. 첫 번째 재판에서도 실제로 피고 측 변호사들이 했던 말을 단 한마디로 정리하면 이거다. "법대로 하자." 그래서 약 1시간 정도 이어진 재판에서 그들은 "구체적으로 어떤 법을 위반했는지가 불분명하다"는 취지로 변론을 펼쳤다.
언뜻 들으면 행정소송에서의 합리적인 지적처럼 보이지만, 조금만 더 생각해 보면 이게 얼마나 위험천만한 얘기인지 금방 알게 된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물론이고, 2016년 9월 경주 대지진을 겪으며 모두가 실감했듯이(지금까지 10개월째 총 620회가 넘는 여진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그리고 끊임없이 되풀이되는 전국 곳곳의 원전 고장 사태에서 보듯이, 최근 몇 년간 '원전 사고'는 우리가 직접 체감하고 위협을 느낄 정도로 바로 옆에 가까이 와있다. 그래서 수년 동안 다수의 법 개정이 이뤄졌던 것이고, 마침내 대한민국은 탈원전을 통한 국가 에너지 정책 대전환을 앞두고 있다.
하지만 설계수명 60년인 신고리 5·6호기가 완성되면 그만큼 대전환은 늦어지는 셈이고, 그만큼 후손에게 더 짐을 지우게 된다. 원전에 대해 우리 세대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마지노선은 더 이상 원전을 새로 건설하지 않는 것이다. 정말 중요한 건 다른 그 무엇도 아닌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고, 이를 지키기 위해 개정된 법 규정이 원전 허가 과정에도 적용되어야만 한다. 우리가 신고리 5·6호기 건설 취소소송에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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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초 원전 취소소송의 핵심 쟁점 두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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