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톤치드가 가득 찼을 것 같은 숲길.
유혜준
지난 6월 28일, 서울둘레길 5코스, 관악산 코스를 걸었다. 전체 길이 12.7km, 소요예상시간 5시간 50분, 난이도 중급. 사당역에서 출발해 석수역에서 끝난다. 이 구간에는 관악산과 삼성산이 있다. 코스 길이에 비해 소요예상시간이 긴 것은 걷기 만만치 않다는 의미렸다.
이른 아침부터 후텁지근한 날이었다. 한낮의 기온은 31도가 넘을 것으로 예상됐다. 습도가 높아 오후 늦게 소나기라도 한 줄금 뿌리는 게 아닌가, 예상했지만 끝내 비는 쏟아지지 않았다. 걸으면서 비를 맞을 작정으로 비옷과 우산을 준비했건만 쓸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새벽에 도시락을 싸는데 기분이 이상했다. 서울둘레길을 걷는 마지막 날이기 때문이었다. 벚꽃이 한창이던 4월에 서울둘레길 6코스를 시작으로 서울둘레길 완주에 도전했다. 그 때는 몰랐지만 지나고 나니, 첫 코스 선택이 아주 절묘했다. 6코스 안양천 코스는 벚꽃이 절정일 때 걸어야 하는 길이었던 것이다.
만일 지금 6코스를 걷는다면 잎만 무성한 벚나무 아래를 찜통더위에 시달리면서 걸어야 했으리라. 별다른 고민 없이 집에서 가장 가까운 역이라서 석수역에서 출발하는 안양천 코스를 서울둘레길 완주 출발지로 잡았는데, '신의 한 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