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22일 오전 서울 이화여고에서 자사고 학부모 연합회 관계자들이 자사고 폐지 반대를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좋은 학교'의 기준은 '서울의 상위권대학을 얼마나 많이 보냈는지'가 되었다. 물론 좋은 학교를 가르는 전제로 '나쁜 학교'의 존재를 바탕에 깔아야 했다.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아이들을 상대로 단지 대학입시의 결과물만을 놓고 그들이 다니는 학교를 '좋은 학교', '나쁜 학교' 운운하며 구획화하는 것을 서슴지 않는 게 우리 현실이다.
좋은 학교가 될 수 있는 배경에는 경제적 부를 획득한 특권층을 대상으로 성적이 좋은 아이들을 선점한 효과가 있었는데 애써 그 배경은 모른 척 했다. 교육을 자본에 종속시킨 그 천박함을 사회는 애써 외면해왔고 심지어 조장하기까지 했다.
다행히 문재인 정부는 교육정책 과제의 핵심으로 외고·자사고를 폐지하고 일반고로 전환하겠다는 약속을 했다. 경기교육청의 이재정 교육감도 2019년부터 2020년까지 재평가 시점이 도래하는 도내 자사고와 외고를 재지정하지 않고 일반고로 전환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학부모 입장에서 무한한 지지를 보낸다. 그러나 여전히 사회의 변화를 감지 못하는 일부 세력들의 저항도 만만치 않다. 수월성 교육과 하향평준화 운운하며 결사적으로 존치를 외치고 있다. 심지어 서울에선 아이들 자사고에 보낸 2000여명의 학부모들이 모여 실력행사를 하기도 했고 울산에선 자사고 폐지 정책에 반대하는 학부모가 108배를 하기도 했다. 무척 부끄러운 일이지만 학부모만을 탓할 수 없다.
필자 또한 한때 아이의 자사고 입학을 고민한 사람이다. 아이가 원했고 큰 아이가 동생의 입학을 강력하게 추천했다. 여러 날을 고민했다. 그러나 그 많은 수업료를 감당할 자신이 없어 포기했다. 결과적으로는 입학시키지 않았지만 아이가 일반고등학교에 다니면서 별 의욕이 없이 학교에 갈 때면 순간순간 부모의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는 자책을 하기도 했다. 나 이외에 일반고에 아이를 보내는 대다수 학부모들도 문득 문득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할 것이다.
오락가락 교육정책의 피해자, 학부모사실 학부모들은 오락가락 교육정책의 피해자다. 잘못된 제도를 만들어 놓고 선택권 운운하며 학부모들을 현혹한 것은 '이명박근혜정부'였다. 즉 국가였다. 힘없는 학부모들은 그 선택이 최선인 줄 알고 정부의 시책에 충실히 따랐을 뿐이다. 심지어 비싼 등록금을 감내하는 것이 좋은 교육이고 아이에 대해 책임을 다하는 부모의 자세인양 호도하는 것을 묵묵히 따랐을 뿐이다. 학부모의 선택지가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국가가 책임져주지 않는 교육을 각자도생하는 심정으로 떠받들 수밖에 없는 처지에서 불안한 미래사회에서 내 새끼만은 뒤처지지 않게 하려고 더 좋은 학교를 찾아 헤맸을 뿐이다. 학부모는 그게 정도라고 주입하는 사회 환경에서 흔들릴 수밖에 없는 나약한 존재일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