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정말 천국일까?> 표지요시타케 신스케 / 고향옥 옮김/
주니어김영사
"안 피곤하냐? 목소리가 안 좋다."
"아니에요. 엄마는 어때요? 저녁은 드셨어요?""그래, 살겠다고 또 먹었다. 내가 빨리 하늘나라에 가야 너희가 편할 텐데. 왜 아직 하나님이 날 안 데려가시는지 모르겠다."매일 하는 이야기가 똑같습니다. 자신이 오래 사는 게 자녀들에게 부담이 될 것이라 생각하며 걱정을 하십니다. 100세 시대인데 무슨 소리냐고, 아프지만 마시라고, 이렇게 전화할 엄마가 있다는 게 얼마나 좋은지 모른다고 해도 소용이 없습니다. 엄마는 매일 그렇게 혼자 자식 걱정만 하며 '죽음'이 찾아오기를 기다리십니다.
숨 쉬고, 먹고, 일하고, 자고, 다시 일어나고... 일상을 살며 끊임없이 죽음에 대해 생각한다는 것은 어떤 기분일까요? 저는 심각한 병에 걸린 적도 없고, 아직은 아이들도 좀 더 커야하고, 하고 싶은 일도 참 많고, 죽음보다는 삶을 더 많이 생각하며 시간을 채워갑니다. 하지만 엄마는 삶보다 죽음을 더 많이 생각하며 하루하루의 시간들을 채워가는 것 같습니다.
요시타케 신스케의 <이게 정말 천국일까?>의 주인공 할아버지도 우리 엄마처럼 그랬나봅니다. 얼마 전에 할아버지가 돌아가셨어요. 온 가족이 할아버지 방을 청소 하는데 침대 밑에서 공책이 한 권 나왔어요. 겉에는 '천국에서 뭐 할까?'라고 적혀 있었고, 안에는 할아버지가 쓰고 그린 것들로 가득했어요.
이 할아버지도 우리 엄마처럼 '죽음'에 대해 생각하곤 했나 봅니다. 할아버지는 죽은 후에 '유령 센터'도 상상해보고 '환생 센터'도 상상해보고 '천국'도 생각해봅니다. 천국 갈 때는 어떤 모습으로 가야할까도 생각하고 수호천사에게 줄 선물까지 생각해봅니다. 다시 태어나면 되고 싶은 것도 생각해보구요.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라"(귀천/천상병)라고 노래한 시인의 마음도 이와 같지 않았을까 생각해봅니다. 할아버지의 모습이 막 소풍에서 돌아온 사람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