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는 OOO다' 초등학생에게 물었습니다
엄미야
"노동자는 OOO이다. 대답해 볼 사람?"
"저요저요~"하고 아이들이 손을 든다. 첫 번째 아이가 대답한다. "노예요"라고. 왜 그런 생각을 했냐고 물으니 "불쌍해서"라고 대답한다. 예상치 못했던 답이 아니었다. 하지만 씁쓸한 기분을 감추기는 어려웠다.
아이가 '학부모 참여수업' 신청서를 가져왔을 때, 부모 직업란에 '노동조합 활동가'라고 적었을 때, 그 신청서를 아이 편에 학교로 보냈을 때만 해도 내가 이 자리에서 아이들에게 '노동자'에 대해 이야기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며칠 뒤 아이가 상기된 표정으로 "엄마! 우리 학년에 두 명밖에 신청한 사람이 없어서 선생님이 엄마 수업 준비하래"라는 이야기를 전했다. 이럴 수가.
처음 드는 생각은 "선생님이 내 직업을 확인은 한 건가?"였다. 그리고 얼마 뒤 전화를 받았다.
"어머니임~ 세 반을 합쳐서 수업을 해야 하는데 괜찮으시겠어요?"
"선생님. 그건 괜찮은데, 제 직업이... 괜찮으시겠어요?" '이 중 노동자라고 생각하는 직업은?' 아이들에게 물었다재밌는 직업이라 좋은 수업이 될 것 같다는 이야기, 수업 전 만난 교장선생님이 "초등학생이니 너무 어렵지 않게 해달라"는 우려와 당부 섞인 이야기를 듣고 40분 짧은 시간 동안 드디어 수업을 할 수 있었다. 사실 수업이라기보다 이야기를 나눴다고 하는 편이 맞을 것 같다.
백 명쯤 되는 아이들 앞에서 준비한 피켓을 꺼내놓았다.
"자, 여기 있는 직업 중에 '노동자'라고 생각하는 직업 하나를 골라서 스티커를 붙이는 거예요."선생님, 버스 운전기사, 경비 아저씨, 비행기 조종사, 편의점 사장님, 간호사, 마트 직원, 대기업 과장님. 8개의 직업을 보여주고 아이들은 어디에 가장 스티커를 많이 붙일까 바라봤다. 옆에서 지켜보던 선생님도 궁금한 듯 아이들의 손끝을 바라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