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고서재로 숨어드는 즐거움

[디카시로 여는 세상 - 시즌2 중국 정주편 57] 서재에 대한 욕심

등록 2017.06.28 11:37수정 2017.06.28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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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고서재
창고서재이상옥

     
창고가
서재다
-이상옥 디카시 <창고서재>


다른 것보다는 서재에 대한 욕심이 크다. 이 연재 글에서 이미 영화 <은교>에 나오는 이적요의 서재에 대한 부러움을 표한 바 있다. 시골집을 리모델링하면서 제대로 된 서재를 하나 짓지 못한 게 늘 아쉬움이다. 시골집 창고 용도로 쓸 요량으로 만든 걸 임시 서재로 쓰고 있다.

무엇보다 너무 좁아서 책을 다 넣을 수가 없다. 언젠가는 시골집으로 완전히 은퇴하여 칩거에 들어가려면 무엇보다 제대로 된 서재를 하나 마련해야 한다. 혹자는 지금 있는 창고서재도 충분하다고, 아니면 집 거실에서도 글을 쓸 수가 있는데 욕심이라고 말한다.

근사한 서재는 글 쓰는 사람의 로망

글 쓰는 사람은 근사한 서재를 하나 갖고 싶은 것이 로망이니 이해해 달라고 말한다. 좀 넉넉한 서재에서 가끔 지인들과 차도 마시며 고담준론을 나누는 기쁨이야말로 그 무엇과 견주리오.

 마침 단비가 와서 창고서재 문을 열고 바라본다. 신발은 우산을 쓰고 있다.
마침 단비가 와서 창고서재 문을 열고 바라본다. 신발은 우산을 쓰고 있다.이상옥

 창고서재는 작은 창문이 하나 있는데, 그곳을 나무난로 연통 통로로 사용한다.
창고서재는 작은 창문이 하나 있는데, 그곳을 나무난로 연통 통로로 사용한다.이상옥

 창고서재 벽을 두르는 담쟁이, 포도넝쿨 프로젝트. 포도가 탐스럽게 열렸다.
창고서재 벽을 두르는 담쟁이, 포도넝쿨 프로젝트. 포도가 탐스럽게 열렸다.이상옥

창고서재는 나 혼자서 사유하고 글 쓰는 것 외에는 다른 용도로 사용할 수가 없다. 그래서 더욱 이 창고서재는 아주 보석 같은 공간이기는 하다. 이 속에 들어가면 외부와는 완전히 차단되어 세계와 완벽한 대면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어디 세계뿐이랴. 신과의 일대일의 대면도 가능하다.
 
창고서재를 사랑한다. 비가 오는 날이면 창고 양철지붕에서 빗방울 떨어지는 소리가 참 아름답다. 창고에 새가 걸어가는 발자국 소리도 들을 수 있다. 창고서재가 아니면 누릴 수 없는 축복이다.


지금은 중국과 한국을 오가며 디지털노마드로 살아가고 있지만 언젠가 시골집에 완전히 은거라도 하게 되는 날이 오면 그때는 시골집 옥상에 조립식으로라도 제대로 된 서재를 만들까 한다.

은거라고 해서 완벽하게 세상과 절연하지는 못할 것이고 지인들과 가끔 차라도 마시며 세상살이의 외로움을 나눌 수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여전히 창고서재는 그대로 유지할 것이다.


창고서재를 온통 초록으로

창고서재를 온통 담쟁이, 포도넝쿨 초록으로 둘러쌀 것이다. 가끔씩 세상과 신과 일대일로 대면하고 싶을 때는 창고서재로 숨어들어야 한다.
덧붙이는 글 지난해 3월 1일부터 중국 정주에 거주하며 디카시로 중국 대륙의 풍물들을 포착하고, 그 느낌을 사진 이미지와 함께 산문으로 풀어낸다. 디카시는 필자가 2004년 처음 사용한 신조어로, 스마트폰으로 자연이나 사물에서 시적 형상(감흥)을 순간 포착(영상+문자)하여, SNS 등으로 실시간 소통하며 공감을 나누는 것을 지향한다
#디카시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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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디카시연구소 대표로서 계간 '디카시' 발행인 겸 편집인을 맡고 있으며, 베트남 빈롱 소재 구룡대학교 외국인 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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