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겪어 본 사람들은 누구나 알겠지만 사회의 외모 지적 문화는 지나치게 만연하며 그 수준도 심각할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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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국여성민우회는 '머리어깨무릎발'이라는 월간 액션을 진행 중이다. 이 활동의 취지는 지나칠 정도로 넘쳐나는 외모 지적 사례들을 모으고 문제점을 드러내는 것이다. 회원으로서 액션에 참여한 나는 소모임원들과 함께 '외모피로지도'를 작성해달라는 요청받았는데, 간단히 설명하자면 신체 부위별로 내가 겪은 외모 지적 사례를 나열하는 것이었다.
처음엔 난색을 표했다. 유독 여성에게만 과도한 외모 기준을 들이대는 한국 사회에서 남성인 내가 들려줄 경험이 별로 없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웬걸, 막상 펜을 들자 나는 끊임없이 내가 들은 이야기를 적기 시작했다. 다리가 너무 얇다, 팔이 너무 가늘어 아픈 사람 같다, 어깨를 키우기 전엔 좀 헐렁한 옷을 입는 게 좋겠다 등등. 심지어 그중에는 무려 복숭아뼈의 색깔이 이상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이미 눈치 챘을지도 모르지만 내가 받은 지적의 대부분은 노출과 관련된 것이었다. 적당히 감출 때는 문제가 되지 않았는데 드러내자 비난이 쏟아진 것이다. 사실 이 문제와 관련하여 다른 사람들도 비슷한 경험을 하지 않았을까 질문을 던졌는데 여러 명에게 물어볼 필요가 없었다.
나보다 상대적으로 체구가 큰 친구들은 '그런 몸으로 짧은 옷을 입어도 되냐' '관리를 안 해도 너무 안 하는 거 아니냐' '택시에 치여도 너는 안전하겠다'는 식의 모욕을 들었다고 전했다. 반면 나처럼 몸이 야윈 친구들은 '부러질 거 같아 불안하니 그런 옷 입지 마라' ' 그렇게 말라서 몸을 드러내 놓고 다니면 부모님이 욕먹는다'와 같은 지적을 들었다고 한다.
도대체 어쩌라는 것인가. 심지어 이 모든 사례들은 겨우 하나의 단톡방에서 나왔다. 그리고 사례 제공자들은 모두 여성이었다.
'바디 셰이밍'과 정상성의 정치겪어 본 사람들은 누구나 알겠지만 사회의 이 같은 외모 지적 문화는 지나치게 만연하며 그 수준도 심각할 정도다. 때문에 민우회에서 내가 참여한 캠페인 이전에도 타인의 몸에 대한 무례한 언급은 하지 말자는 캠페인은 늘상 있어왔다. 솔직히 활동 의제로 삼기에 민망할 정도다. 다른 사람의 신체에 대해 함부로 모욕을 주거나 비난하지 말자, 이건 너무도 기본적인 예의의 문제가 아닌가.
그래서 나는 이야기의 방향을 바꿔 보기로 했다. '그렇게 하면 안 된다'에서 '왜 그러는가'로. 이루 말할 수 없이 무례한 일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왜 그렇게 다른 사람의 외모를 품평하길 멈추지 않을까. 무려 당사자 앞에서도.
사실 나는 누군가의 몸을 품평하는 바디 셰이밍(Body Shaming) 문화가 공동체에서 소수자들을 배제하는 정상성의 정치와 유사하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이를테면 성소수자, 장애인, 이주민을 일탈적 존재로 인식하고 적극적으로 추방하려 하거나 혹은 포섭하는 경우에도 한정적인 사회적 위치만을 부여하는 것 말이다.
이 같은 정상·비정상의 구도는 위계를 형성하고 이것이 만들어 내는 효과는 다양하다. 특히나 그중에서도 내가 주목하고 싶은 것은 비대칭적 관계가 소수자들이 적극적인 권리를 요구하는 능동적인 존재가 되기를 막는다는 점이다. 기득권자들은 소수자들이 적극적으로 권리를 요구하는 대신, 자신들이 원하는 대로 고분고분한 시혜의 대상으로 남아 있다 자신들의 인정 정도나 구하길 원한다.
몸매 품평을 하는 사람들은 왜 그럴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