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 마을학교배움터 홍성 오누이친환경마을협동조합과 장곡초등학교가 서로 협력하고 배우는 체험학습 마을배움터
정기석
'결합(Bonding)'보다 연결(Bridging)'과 '관계(Linking)'를 무엇보다 농촌공동체 사회적 자본의 생산과 개발을 촉발시킬 동력은 인적 자본, '사람'일 것이다. 특정 지역 내부, 일부 집단 사이의 폐쇄적, 배타적, 고립적 '결합(Bonding) 사회적 자본'은 그 지역 내부, 일부 집단 사이에서는 중요하겠지만, 자칫 자충수나 족쇄가 될 수 있다. 오히려 외부와 교류, 공생, 외연의 확장에 장애나 방해가 될 수도 있다. 따라서 '결합(Bonding)' 사회적 자본보다는 우리와 다른 지역, 우리와 다른 외부인 등과 열린 생태계에서 상호호혜적으로 소통하고 협업할 수 있도록 '연결(Bridging) 사회적 자본'과 '관계(Linking) 사회적 자본'의 플랫폼과 네트워크 구축에 힘쓰는 게 필요하다.
미국의 사회학자 로버트 퍼트남도 결합(Bonding) 사회적 자본은 또래, 같은 인종, 같은 종교와 같은 사회화 과정에 동일한 특성들 사이에 생겨나는 사회적 자본으로 규정했다. 미국과 같은 다인종 사회에서 평화로운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다른 사회적 자본, 즉 연결(Bridging) 사회적 자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오늘날 계층갈등, 문화갈등, 지역갈등 등의 양극화 적폐가 산적한 한국도 남의 나라 일이 아니다.
그렇다면 우리 농촌 지역의 사회적 자본은 구체적으로 어떤 모습으로 작동하는가. 과연 어떤 에너지를 지니고 어떤 효과를 발산하는가.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정기환 연구위원은 "농촌 지역사회 내의 공식적·비공식적 사회집단 또는 구조 속에 존재하면서 사회적 관계를 통하여 집단에 속한 개별 구성원이나 집단이 추구하는 이익이나 목표 달성을 촉진할 수 있는 능력"을 농촌 지역 사회적 자본으로 정의한다. 구체적으로 사회집단이나 사회구조 속에서 사회의 구성원들이 사회적 상호 작용으로 행하는 사회적 교환과 보상, 협동, 경쟁, 그리고 갈등 해소 메커니즘 등이다.
무엇보다 다행히도, 한국의 전통적 농촌 지역 마을공동체에서는 연대적(결합, Bonding) 사회적 자본 못지않게 교량적(연결, Bridging) 사회적 자본 또한 높게 나타난다고 평가한다. 이는 마을 사회집단의 연대 의식이 높고 사회집단 간 협동적 관계가 원만하게 지켜진다는 사실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 연구위원은 "농촌 지역 마을개발을 위한 정부의 각종 지원정책이 시행되면서 마을의 한정된 자원 이용, 개발사업 참여 여부 및 정도, 이익 분배, 개발의 주도권 등을 둘러싸고 마을공동체 및 지역사회 내부에서 반목과 갈등이 표출되고 있다"는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가령 정부 지원 농촌 지역개발사업의 경우, 마을 주민 총회, 개발위원회, 추진 및 운영위원회 등의 의사결정기구에서 충분한 논의를 거쳐 합의 및 총의에 이른 후, 주민 의사가 반영된 내발적이고 상향식의 주민 주도 계획에 의거해 추진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이때 마을 주민 총회 등 주민 의사결정기구는 퍼트남 등이 강조한 교량적(Bridging) 사회적 자본을 형성, 확충해주는 장치이자 메커니즘으로 작동하는 것이다.
아울러 농촌 지역개발의 핵심 주체인 정부와 주민 사이의 파트너십, 지역사회 단위의 협력체제(지자체, 기업, 대학, 연구소, 전문가 등)를 강화할 필요도 있다. 특히 정부, 주민, 전문가 등 이른바 마을공동체사업의 핵심 3 주체가 참여, 교육, 컨설팅 등을 통해 농촌 마을공동체의 계획 및 개발에 필요한 사회적 자본을 생산하고 공급하는 중간지원조직의 구축도 절실하다. 농촌 지역의 공동체사업의 주체가 될 '민주시민'을 교육하고 훈련하는 중간지원조직이 사회적 자본을 개발하고 생산하고 공급하는 '사회적 자본의 발전소'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