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제안이 문정인 특보 주장과 비슷하다며 배경 거론한 MBC(6/22)
민주언론시민연합
중국의 제안, 문 대통령 제안과 비슷함에도 굳이 문정인 특보를 강조한 속내는?MBC와 MBN 보도의 공통점은 중국의 제안이 문정인 특보 주장과 비슷하다고 단정한 것입니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릅니다. 문정인 통일외교안보특보는 16일 미국 학술 세미나에서 "북한이 핵과 미사일 활동을 중단하면 한미 간 협의를 통해 한미연합군사훈련과 미군 전략자산을 축소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는 '주한미군을 감축하면 북한 핵 동결 협상을 시작할 수 있다'는 중국의 제안과 비슷한 듯 보이지만 결정적인 차이가 있습니다. 문정인 특보가 북한의 핵 활동 중단 등 북한의 태도 변화를 조건으로 내건 것과 달리 중국의 제안은 주한미군의 감축이 북한 핵 동결 협상의 지렛대가 될 수 있음을 강조한 겁니다.
이 때문에 뉴욕타임즈는 물론, 대다수 한국 언론들도 문정인 특보보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북핵 2단계 해법'을 중국의 제안과 비교했습니다. 뉴욕타임즈는 해당 기사인 <U.S. Pressed to Pursue Deal to Freeze North Korea Missile Tests>(6/21
http://nyti.ms/2tPSawc)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중국과 비슷한 생각을 개진했다. 그는 화요일(20일) CBS 뉴스의 노라 오도넬과의 인터뷰에서 북한 핵 동결이 '북한의 핵 프로그램을 완전히 해체할 수 있는 두 번째 단계의 가교'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를 인용한 한국의 뉴시스(6/22,
http://bit.ly/2rXwLES), 한국일보(6/22,
http://bit.ly/2t0K1IZ) 등 타 매체 역시 문정인 특보가 아닌 문재인 대통령의 '북핵 2단계 해법'을 거론했습니다. MBC와 MBN은 이미 보수 언론의 과도한 비난 보도의 희생양이 된 문정인 특보를 맥락도 없이 끌어온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또한 이런 보도는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이 미국보다는 중국이나 북한과 더 비슷하다는 인상을 준다는 점에서 다분히 의도가 의심됩니다.
미국의 반응은 전해지지 않았다? 외신을 읽어보기는 한 건가
MBC 톱보도의 문제점은 또 있습니다. MBC는 "중국의 제안에 미국 측이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는 전해지지 않았"다면서 "다만, '북한이 먼저 비핵화 의지를 명확히 해야만 협상이 가능하다'는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정책 기조에 비춰볼 때, 미국이 중국의 제안을 받아들이긴 쉽지 않을 거란 관측"만 내놨는데요. 이와 달리 MBC가 인용한 뉴욕타임즈 보도는 미국이 중국의 제안을 거부했다고 전했습니다.
똑같은 보도를 인용한 뉴시스, 한국일보 등 타 매체도 마찬가지입니다. MBN도 "백악관은 북한의 핵·미사일 시험 중지를 끌어낼 수 있더라도, 북한에 대한 군사적, 경제적 압력을 해제해야 하는 어떤 제안에도 관심이 없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고 보도했습니다. MBN은 더 나아가 "그럼에도 북한이 미국에 도달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 개발에 성공하기 전에 시간을 벌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동결 협상뿐이라는 인식을 가진 미국 내 전문가들도 적지 않은 상황"이라면서 '핵 동결 협상 카드'에 여전히 여지가 남아있다고 시사했죠. MBN은 여러 가지 분석을 덧붙여 외교적 가능성을 최대한 타진한 겁니다.
문재인 정부의 '자주파 VS 동맹파' 갈등까지 거론한 MBC외신마저 뒤죽박죽 제멋대로 보도하는 MBC의 왜곡은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MBC의 두번째 보도인 <북한도 약속한 듯…외교부는 '일축'>(6/22
http://bit.ly/2rJbpH0)에서 MBC가 어째서 뉴욕타임스 보도를 톱보도에 배치했는지 여실히 드러납니다. 일단 보도 제목부터 '북한도 중국처럼 문재인 정부와 약속한 듯 보인다'는 취지를 담고 있습니다. 그 근거는 인도 주재 북한 대사의 발언입니다. 계춘영 주 인도 북한 대사는 인도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언제라도 조건 없이 대화에 나설 준비가 되어 있다"며 "미국 측이 대규모 군사훈련을 단기적 혹은 영구 중단하면 우리도 (핵·미사일 시험을) 멈출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는 중국의 제안과 매우 흡사합니다. 그런데 MBC는 여기다 "북한이 핵·미사일 추가도발을 중단하면 조건 없이 대화하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6·15기념식 발언, "핵·미사일 활동을 중단하면 한미훈련을 축소할 수 있다"는 문정인 특보 발언을 덧붙여 마치 계춘영 북한 대사와 비슷한 제안인 것처럼 묘사했습니다. 그러나 북한의 핵·미사일 활동 중단을 선제 조건으로 내건 문재인 대통령, 문정인 특보의 제안은 북한과 한미 양국의 훈련 모두를 중단하면 대화할 수 있다는 북한의 주장과 분명히 다릅니다.
심지어 MBC는 문재인 정부가 "북한의 제안을 일축"했지만 "속내는 좀 달라" 보인다면서 "속도 조절에 나선 것"이라 치부했습니다. 여기다 "현 정부 외교안보라인 내 자주 외교를 중시하는 '자주파'와 미국 중심의 대미 외교를 내세우는 '동맹파' 사이의 갈등이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덧붙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