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참의원이 지난 15일 본회의에서 조직범죄를 준비만 해도 처벌할 수 있도록 한 테러대책법안을 강행처리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나 내게 아베 총리의 기자회견으로부터 느껴진 첫인상은 '참! 궁색하다'는 것이었다. 여느 때와 같은 자신감과 당당함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물론, '안전 사회'을 만들기 위한 법안이라고 강조했던 그 법안이 국민을 '불안'하게 만드는 법안이 된 까닭을 진정으로 알고 싶어하는 것처럼 여겨지지 않았다.
한국에서도 <쉘 위 댄스>라는 영화의 감독으로 이름이 알려져 있는 수오 마사유키(周防正行)는 그 누구보다도 일찍부터 '공모죄'의 위험성을 주장해왔던 오피니언 리더다. 그는 일본의 형사재판과 사법제도의 부조리를 고발한 <그래도 나는 하지 않았다>는 작품을 찍었던 감독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그의 주장에는 묵직한 진실의 울림이 있다. 그는 '공모죄' 법안이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지 않는다'는 정부의 주장에 관해 다음과 같이 비판한다.
"안전보장 관련 법안을 성립시키기 위해 헌법이라는 최고 법규조차도 그 해석을 아베 정부가 (자신의 권세에 기대어 마음대로) 바꾸는 것을 목격한 나의 입장에서 그런 주장은 신용할 수 없습니다." 그는 다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도 권력기관의 위험성을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수상은 '일반인은 대상이 아니다'라고 되풀이해서 강조하지만, 저는 그렇지 않다고 단언할 수 있습니다. 수사기관이 누군가를 '공모죄'로 입건하고자 하는 경우, 누가 일반 주민인가 아닌가의 여부는 결국 수사를 직접 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누가 일반 주민이고 아닌가가 경찰에 의해 일방적으로 판단되는 겁니다."일본 생활이 24년째인 나조차도 겁이 나는 순간이 있다. 1년 전 개인적인 문제로 변호사와 상담하는 자리에서 들었던 조언이다.
"나 선생, 지금의 일본 사회는 전체주의적인 사회분위기가 강해지고 있어요. 정의감만 가지고 싸우려고 하는 건 나이브합니다. 위험합니다." 앞서 소개한 수오 감독이 주장하는 바와 같이, '공모죄' 법안의 통과는 권력기관의 입장에서 보자면 자신들을 비판하는 사람들을 입건하기 위한 '무기'를 가질 수 있게 된 것을 의미한다. 정치 권력과 결탁된 수사기관의 일방적인 해석에 의해서 그 누구에게도 얼마든지 혐의를 씌울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는 시민의 입장에서 보자면, 시민에 의한 권력자들에 대한 비판이 힘들어진 것을 뜻한다. 정부에 대해 비판하는 운동에 참여하고 싶어도 자기검열을 하는 시민들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 내가 정말 무서운 건 그런 감시 사회의 분위기가 정치 권력뿐만 아니라 경제 권력과 사회 권력의 기관으로까지 확대되는 것이다.
'전방위 감시 사회'가 도래하는 것이다. 일상생활의 각종 장면에서까지 '이걸 말하면 위험해지는 건 아닐까' '이걸 하면 혐의를 받는 건 아닌지' 하는 두려움이 침투한 사회가 건강할 리 없다. 시민들끼리 상호간에 밀고를 하는 사회,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거짓 자백도 하지 않을 수 없는 사회, 그런 사회가 건강할 리 없는 건 불을 보듯 뻔하다.
아직 살아있는 '희망'의 씨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