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지난 14일 새로 개발한 지대지 중장거리 전략 탄도미사일(IRBM) '화성-12'의 시험발사에 참관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5일 전했다.
연합뉴스
미국과 대립한 북한이 핵과 장거리 미사일을 개발한 이유는 생존을 위해서다. 이라크에 핵과 장거리 미사일이 있었다면 미국이 그렇게 쉽게 유린할 수 없었을 것이다. 리비아는 미국과 대립하며 핵 개발을 하다가 미국이 경제 원조하겠다는 회유책에 속아 핵 개발을 포기했다. 그 결과는 모두가 잘 알고 있다. 미국과 대립하고 있는 북한 입장에서는 이런 사례들을 보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 핵과 장거리 미사일만이 유일한 생존책이라고 판단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결국 미국의 방해를 뚫고 핵과 장거리 미사일을 개발한 북한은 기존에 국방에 투입되던 자원을 경제개발로 돌리며 최근 괄목한 만한 성과를 내고 있다. 북한은 핵과 장거리 미사일을 지렛대로 미국과의 관계를 개선하기 원한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핵과 장거리미사일 자체를 포기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것이 있기 때문에 자신이 존중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리비아처럼 될 수는 없을 테니.
반대로 미국에 있어 북한의 핵과 장거리 미사일 개발은 뼈아픈 경험이다. 미국의 힘의 원천은 강력한 군사력에 있다. 하지만 그렇게 강한 미국이라도 핵과 장거리 미사일을 보유한 나라를 함부로 대할 수 없다. 때문에, 미국의 패권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핵과 장거리 미사일 보유국은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나머지 국가들이 핵과 장거리 미사일을 보유하는 일은 최대한 막아야 한다. 그 노력의 일환이 바로 핵확산 금지 조약(NPT체제)이다. 그런데, 북한이 핵을 개발함으로써 미국의 NPT체제에 심대한 타격을 가한 것이다.
미국은 제대로 체면이 구겨졌지만 핵과 장거리 미사일을 보유한 북한에 군사적 행동을 취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한동안 '전략적 인내'라는 명분으로 철저하게 북한의 핵 보유 상황을 무시하고 질질 끌기만 한 것이다. 군사적 공격을 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평화협정을 맺기도 싫은 미국의 고육지책이라 할 수 있다.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 완화 무드는 주한미군의 주둔 명분을 약화시켜 동아시아 지역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 유지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평화협정을 바라지 않는다.
새로 등장한 트럼프 정부는 '압박과 개입'을 대북 전략으로 내세웠다. 기존의 '전략적 인내'로는 북한의 핵과 장거리 미사일 역량 강화를 막을 수 없다는 판단에서 나온 움직임이다. 추가적인 제재 및 중국의 협조를 통해 북한을 강하게 압박하는 한편, 여건이 조성되면 협상에 나서서 북한의 양보 및 타협을 이끌어내겠다는 의미다. 지금은 미국과 북한 간의 힘겨루기와 샅바 싸움이 한창인 상황이다. 그래서 미국의 항공모함이 한반도에 가까이 오기도 하고 북한은 유례 없이 미사일 실험 빈도를 늘리고 있다. 이 모든 것이 정치적 행위의 일환이다.
어차피 핵 보유국 간의 대규모 군사적 충돌은 사실상 가능성이 없는 시나리오이며, 북한의 핵과 장거리 미사일 포기 역시 현실 가능성이 없다. 그렇다면 선택지는 결국 두 가지일 수밖에 없다. 이 상황을 그대로 유지하는 '전략적 인내'의 재판이냐, 아니면 서로 가능한 선에서 타협책을 만드는 방향으로 나아가느냐다.
구시대적 안보관 드러낸 그들의 '문정인 공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