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언니네 이발관', 역시 '박재범'
이현파
행사장에 들어서자마자 눈에 띈 것은 이 행사의 마스코트 '레코냥', 그리고 서울 레코드페어 한정반과 최초공개반 LP를 판매하는 부스였다. 두번째 달의 데뷔 앨범, 그리고 요즘 인디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신해경의 미니 앨범 등 흥미로운 작품들이 많이 있었다. 살짝 늦은 점심을 먹고 햇빛이 쨍쨍한 낮 시간에 도착했는데, 언니네 이발관 1집과 박재범 & 기린의 <City Breeze>는 이미 품절이었다.
20년 전에 발매된 앨범이든, 작년에 나온 앨범이든 LP 버전으로 발매되는 것은 요즈음의 트렌드다. 중학교 때 즐겨 들었던 브라운 아이드 소울의 1,2집도 LP 버전으로 재발매되었다. 이미 CD를 가지고 있던 사람들도 소장용으로 같은 앨범의 LP를 구입했다. 심지어 점점 잊히고 있었던 카세트테이프까지 만날 수 있었다. 그야말로 시대 역행의 장(?)이라고 할 만했다.
필자가 군인 시절에도 휴가 때마다 방문했던 김밥 레코즈를 비롯, 드림 레코드, 서울 레코드, LP25, 제팬 레코드 등 다양한 레코드점들이 LP와 CD를 팔고 있었다. 영미권 인디 록 음반을 중심으로 내세우는 가게도 있었고, 클래식과 재즈 음반을 주로 판매하는 가게도 있었다. 똑같이 '레코드'라는 이름을 달고 있지만, 가게마다 판이하게 다른 주인장의 음악적 취향을 반영하고 있어서 흥미로웠다. 주인장들은 손님들에게 풍부한 음악적 식견을 뽐내기도 했다. 음반의 시대였던 8,90년대에는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풍경들을 매일 볼 수 있었을 것만 같다.
필자 : 우와! 라스트 쉐도우 퍼펫츠(The Last Shadow Puppets) 앨범도 있네요? 우리 나라에서 보기 힘든건데...주인장 : 네~ 이 밴드는 작년에 2집도 나왔죠. 필자는 매닉 스트리트 프리쳐스의 명반 <The Holy Bible>과 맥스웰의 <Maxwell`s Urban Hang Suite>, 스미스의 데뷔 앨범 <The Smiths>를 구매했다. 예전부터 사야겠다고 벼르고 있었던 작품들을 이렇게 싸게 살 줄이야!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음반들을 뒤져 보다가 좋아하는 음반을 찾는 일은 소소한 즐거움으로 다가온다. 심지어 필자와 함께 한 지인은 얼마 전 타계한 레너드 코헨의 명반 <I'm Your Man>을 단돈 오천 원에 구하기도 했다.
사람들이 LP를 고르는데 여념이 없는 동안, 루프탑에서는 스위트피(델리스파이스 김민규)와 신해경의 공연이 이어졌다. 공간의 한계 상 사운드가 온전히 구현되기 힘들었고, 햇빛이 너무 강해 눈을 뜨고 있기 힘든 상황이었던 점이 못내 아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