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아이는 작은아이가 좋아하는 밝은분홍(핑크) 신을 꿰고 마당에서 신나게 놀아요
최종규
보라가 좋아하는 빛깔이야읍내 신집에 들러 새 신을 장만합니다. 가벼우면서 발을 포근히 감싸는 신이 있으나 이 신을 큰아이가 영 안 내킨다고 합니다. 큰아이는 반짝거리는 신을 좋아합니다. 작은아이도 빛깔이 환하거나 고운 신을 좋아하지만, 가볍고 포근히 발을 감싸 주면서 빛깔이 환하거나 고운 신을 더욱 좋아합니다. 옛다, 그럼 산들보라가 이 신을 꿰면 되네. 너희 누나도 머잖아 가벼우면서 포근한 신을 좋아할 날이 올 테지.
뚝딱뚝딱 쓱삭쓱삭아침에 밥을 짓고 빨래를 하고, 이웃님이 보내신 아이들 옷가지를 마당에 펼쳐서 해바라기를 시키고, 낮에 아이들을 이끌고 마을 샘터에 가서 신나게 샘터랑 빨래터를 치우고. 집으로 돌아와서 다 마른 옷가지를 걷고, 덜 마른 빨래는 처마 밑에서 하루 그대로 두기로 하고, 아침하고 낮에 밀린 설거지를 후다닥 하고, 쪽글을 보내야 할 곳에 보내고, 써야 할 글을 쓰고. 아이들한테 능금을 썰어서 주전부리로 주고, 큰아이는 노느라 고단한 몸을 쉬도록 자리에 눕히고, 새로 장만한 스텐 살림은 뜨거운 물을 붓고 하면서 설거지를 해서 볕바라기를 시켜서 집안으로 들이고, 또 이것을 하고 저것을 하니 어느덧 해가 꼴까닥 넘어갈 무렵.
이렇게 하루가 가는구나 하고 느끼면서, 오늘도 헛간 문을 손질하지 못했다고 깨닫습니다. 끝방 창호문도 얼른 두 겹 덧발라야지 하고 생각합니다. 이튿날에는 다 해낼 수 있을 테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