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물쓰듯 글쓰다>와 <신촌, 노래로 말걸다>를 낸 저자들.사진만 찍고 정확히 이름을 묻지는 못했다. 그네들은 마을에 살며, 노래도 하고 사람들과 '사업'도 하고, 그걸 글로 옮기고 책을 냈다. 그라포마니아, 글을 쓰고 책을 내려는 의지라는데, 그녀들은 그걸 가졌다.
원동업
"<물쓰듯 글쓰다>는 100장의 낙서를 할 수 있는 공책이고, 옆에는 100가지의 글쓰는 조언이 담겨 있어요. 왼쪽에서 보고, 오른쪽에 바로 쓰는 거죠! 그렇게 하면 정말로 많은 글을 써갈 수 있을 거예요." 이 말은 아마도 지은이 변자영씨가 한 말이겠다.
<신촌, 노래로 말걸다>는 자칭 "공연방+영화방+음악방+방송방+α 만들기 안내서 및 동네 자취"를 담은 책. 기타를 들고 놀다가, 사람을 만나 놀다가, 어찌어찌 '사업'을 벌이는 데 필요한 소소한 정보와 조언들을 담았다. 아니 그 자신들의 일기와 경험이라 해야 더 적절하겠다. 책 속의 구절. - "저는 구자랑이고 디자인을 전공했는데 노래를 하며 방황을 하고 있습니다." 하고 인사를 하면, 모두 짝짝짝 ! 자영이 이어 말한다. "저희가 '방황'이라고 말하면 큰 박수를 보내고 있습니다." - 이건 청춘의 서다.
물 쓰듯 쓰고, 노래로 말을 건 두 신촌 처자 저자물론 이 도서전이, 이렇게나 골목 이야기, 지역 이야기만 있는 건 아니다. 국제도서전답게 곳곳에는 이국의 언어로 쓰인 수천 권의 책들이 긴 시간차를 견디고 서있다. 내 마음에 든 것은 이탈리아 부스. 시칠리아 섬의 마피아처럼 음험해 보이는 책들도 있고, 로마의 보병처럼 긴장된 책도 있다. 아주 간결한 책도, 아주 복잡한 책들도 있다. 그럼에도 이 책들은 어떤 기대를 안고 있다. '톡 쳐주길' 기다리고 있다. 그런 기대를 안고 있는 책들은 마음에 더 쏙 든다.
타이완의 부스도 꽤 마음에 들었다. 그네들의 정서는 확실히 우리와 닮아있다. 꽃들과 새들, 그러니까 화조도의 전통은 우리들에게도 흐른다. 한자어가 갖는 편안함, 한국처녀인지 타이완 처녀인지 구별되지 않는, 그러나 확실히 영어를 쓰는 안내 도우미의 '낯익음'. 한국어 교재를 설명하는 아프리카계 청년, 터키의 전통음악을 연주한 이들에게서 느끼는 묘한 낯설음. 이 익숙함과 낯설음은 도서전에선 늘 한 짝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