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서울 시내 한 BBQ 치킨 지점 앞의 모습.
연합뉴스
'치킨값 2만 원' 시대는 우여곡절 끝에 열리지 않았다. 치킨값 인상을 주도했던 BBQ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조사에 들어가자 지난 16일 백기를 들었다. 업계 1위인 교촌치킨도 이달 말 예정된 인상 계획을 철회했다.
당초 BBQ는 5월과 6월에 걸쳐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이에 소비자들은 인터넷 커뮤니티와 댓글을 통해 "사먹지 않겠다"라며 강력하게 항의했고 대한양계협회는 "2만 원 넘는 비싼 치킨을 불매운동 하겠다"라고 팔을 걷어붙였다.
여론이 한창 들끓던 시기, BBQ 가맹점주들은 가격 논란에 예민하게 반응했다. 지난 15일에 만난 한 가맹점주는 "인상안 발표 이후 매출이 떨어졌다"라면서 더는 말을 하려 하지 않았다. 어렵게 말을 뗀 다른 가맹점주는 "1차로 인상이 발표되고 매출이 그대로였는데, 2차로 인상안이 나오면서 직격탄을 맞았다"라면서 "매출이 50%가 떨어졌는데, 이런 적이 없었다"라고 토로했다.
가맹점주가 인상을 요구한 사정그러나 기자가 만나본 BBQ 가맹점주들은 매출 감소를 절감하면서도 인상안을 반겼다. 간혹 인상안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오더라도 인상 자체가 아닌 시기 등 방법에 대한 의견이 주를 이뤘다. 실제는 제품별로 인상됐지만 1차와 2차로 인상을 나눠서 하는 바람에 인상 규모가 커보였다는 불만이었다.
가맹점주들 말을 종합하면, 이번 논란이 된 가격 인상은 지역별로 가맹점주 대표가 50명이 모인 가맹점운영위원회의 요구로 이뤄졌다고 한다. 지난 16일 얘기를 나눈 가맹점주 A씨의 말을 빌리면, 인상을 요구한 사정은 대략 이러했다.
"2009년에 후라이드(황금올리브)치킨이 1만6000원이었어요. 임대료만 2~3년 만에 10% 넘게 올랐거든요. 배달앱 할인 비용으로 마리당 1000원씩 떼 주고 있어요. 8년 넘게 같은 가격을 받기 어렵잖아요. 그래서 점주들이 모여 가격을 올리자고 한 겁니다." 인상 당시, BBQ의 간판 치킨 '황금올리브치킨'은 1만6000원에서 1만8000원으로 오르고, '매달구'는 2500원이 오른 2만1500원이 되는 등 치킨 한 마리 값이 2만 원에 근접하거나 넘었다. 그런데 인상 몫 전부를 가맹점주가 가져가는 건 아니었다. A씨와 함께 일하는 B씨의 말이다.
"2000원 올렸는데 광고비 명목으로 500원 떼가"
"회장님이 연초 가맹점주 모아놓고 회의를 했는데, 광고를 부담하지 않고 가격을 1000원 올리는 안과 2000원에 광고비를 포함하는 안이 상정됐어요. 2000원을 올리면 시장에 저항이 생기니 이를 상쇄하려고 각 가맹점이 광고비 명목으로 1000원이나 500원을 부담할 것인지 의견을 나눈 거였죠."결국 2000원을 올리는 대신, 본사가 1년 동안 그중 500원은 광고비로, 50원은 부가세로 떼어가기로 했다. 반발이 없을 수 없었다고 한다.
"그 회의는 가맹점 중 각 지역 대표들이 모여 이뤄졌어요. 가맹점이 1500개인데, 전 가맹점주가 모두 모여 회의를 할 순 없으니까요. 그러다보니 2000원 올렸는데 왜 550원씩이나 떼어 가는지 결과를 이해하지 못한 가맹점주도 있었죠. 그래서 불만 있는 가맹점주 사이에서는 다시 회의를 하자는 이야기도 나왔어요."공정위가 조사에 들어간 대목이 바로 이 부분이다. 공정위는 한 마리에 500원씩 광고비 명목으로 본사가 가져가는 걸 두고 가맹점에 강요한 건 없는지 현장 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BBQ 관계자는 19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공정위 조사와 연관지어 (가격을 인하했다는) 보도가 나가고 있지만, 치킨값 인상이 큰 이슈가 돼 인하를 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가격 인상은 없던 일로 됐지만 이번 사태로 치킨값 원가에 대한 소비자의 의문은 늘어났다.
"한 마리 튀기는 데, 원가 9000원 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