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그림
가지
밥짓기를 할 겨를이 없는 전문직 일꾼이 있고, 전문직 일꾼한테 밥을 차려서 주는 전문직 식당지기가 있습니다. 여기에 식당지기한테 밥감(식재료)을 대주는 일꾼이 있고, 땅에서 손수 먹을거리를 돌보아 거두는 일꾼이 있어요. 이들은 서로 만날 길이 없지만 늘 서로 이어집니다.
'수확이 한창 진행되는 시기에는 의료혜택이나 안전수칙이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소문으로는 '은폐된' 사건이 여러 건 있었다고도 했다. 노동자들이 장갑이나 다른 보호 장치를 착용하지 않은 채 맨손으로 과일이나 채소를 따다가 피부질환이 생겨 고통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모두 과일과 채소에 뿌린 농약과 다른 화학약품들 때문이다.'(52쪽)'농약은 눈에 보이지 않고 냄새도 나지 않기 때문에 음식에 남아 있는지를 판단하기가 어렵습니다. 또한 많은 사람이 알고 있는 지식과 달리, 물로 씻거나 껍질을 벗겨도 잔류농약을 없애지는 못합니다. 잔류농약은 보통 과일과 채소 내부까지 깊숙히 스며들기 때문입니다.'(67쪽)<에콜로지스트 가이드, 푸드>(가지 펴냄)를 읽습니다. 이 책을 쓴 앤드류 웨이슬리 님은 미국이나 영국에서 소비자 자리에 있는 이들이 잘 모르는 뒷모습을 차근차근 밝힙니다. 전문직으로 일하느라 막상 스스로 먹는 밥이 어떻게 태어나는가를 잘 모르는 사람들이 여태껏 눈을 감거나 등을 돌린 대목을 하나하나 짚습니다.
가게에서 손쉽고 값싸게 살 수 있는 먹을거리가 누구 손으로 태어나는가를 보여줍니다. 도시에서 소비자가 손쉽고 값싸게 살 수 있는 먹을거리를 거두는 손은 비정규직이라는 이름보다 훨씬 더 억눌리거나 짓밟힌 채 살아간다는 대목을 낱낱이 밝히기도 합니다.
도시에서 소비자는 무농약인가 저농약인가 친환경인가 유기농인가 자연농인가를 따지면 그만일 수 있지만, 어마어마하게 커다란 농장에서 이주노동자는 아주 적은 일삯을 받고서 일할 뿐 아니라, 때로는 목숨을 잃고 때로는 두들겨맞기도 합니다. 그리고 한결같이 아주 아슬아슬한 터전에서 온갖 농약과 항생제와 화학약품에 둘러싸인 채 보호장비가 거의 없는 맨몸으로 일한다고 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