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에서 젊은층이 주로 모이는 곳중 하나인 전북대학교 옛 정문 앞. 시험기간이라서 그런지 유동인구가 많지 않다.
주현웅
"맛집이요? 맛집은 사실 서울에 제일 많죠."맛집 많기로 소문난 곳, 전북 전주시에 사는 서하늘(23·경영학)씨는 이 같이 말했다. 서씨는 "전주에만 있는 맛집이 몇이나 되겠냐"고 되물었다. 예로부터 '음식만큼은 전라도'라고 했건만, 청년들 사이에서는 이제 통용되지 않는 말이다. '전주 비빔밥'을 즐겨먹는 전주 청년들이 과연 몇이나 될까.
서씨는 "지방은 무엇이든 항상 늦는다"고 불평했다. SNS에서 '요즘 HOT한 메뉴!'라고 홍보하는 음식들. 정말 기발하고 맛있어 보이지만 직접 먹으려면 고속버스 표를 끊어야 했다. 그것들 대부분이 서울·수도권에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간혹 뜨는 "전주에 상륙했다"는 홍보성 글에는 늘 '드디어'라는 수식어가 앞에 붙었다. 유행이 한참 지났다는 의미다.
최근 해피벌룬 관련 뉴스를 볼 때는 의아할 따름이었다. 해보고픈 마음은 없었지만 전주에서는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뉴스에선 왜 '유행'이라고 한 걸까. 좋고 안 좋고를 떠나, 이처럼 각종 유행이나 문화들은 대개 서울의 것이다. 서씨는 서울에 취업하는 게 목표라고 했다. "더 넓고 역동적인 세상으로 나아가고 싶다"는 이유에서다.
서울 취업을 노리는 이유가 이뿐일까. 유행과 문화에 관계없이 '반강제'적으로 지방을 벗어나야 하는 현실도 엄연히 존재한다. 많은 일자리가 서울과 수도권에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고영주(26·전자공학)씨는 이에 대한 스트레스가 심하다고 호소한다. 고씨는 "IT관련 업종에 몸담고 싶은데, 그러려면 서울로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대학생인 고씨는 현재 전주에 거주 중이지만 고향은 남원이다. 부모님과 자신 모두 전북을 떠나 본 적이 없다.
고씨가 더욱 불만인 건 취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도 지방의 한계가 느껴진단 점이다. 다니는 학교에서 다양한 형태의 지원이 따르지만 부족하다. 인터넷을 통해 전문가 특강과 멘토링 등 기회다 싶은 정보들을 다수 접했지만 이것을 듣기 위해선 전부 서울로 가야만 했다. 돈과 체력을 무릅쓰고 가려고 해도 평일 저녁에 이루어지는 것들이 많아 대부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평일 저녁에 그러면 '서울이나 수도권 학생만 와라'는 거나 마찬가지 아닐까요. 서울에는 잘만 찾아보면 그런 식의 기회가 많아요. 전주에서는 학교에서 나름대로 도와주긴 하지만 정보란 게 많을수록 좋은 거잖아요." 지방에서 취업을 했어도 고민이 없는 것은 아니다. 얼마 전 한 중견기업에 취업한 박종현(27·식품공학)씨는 부산 사람이지만 전주 소재 대학을 졸업한 후 취업도 이곳에서 했다. 대학 재학 시 좋은 친구들을 많이 사귄 덕분에 지역과도 정이 많이 들어서다. 하지만 친척 등 주위 어른들은 그를 종종 아쉽게 바라본다고 한다. 이들은 박씨가 서울과 같은 대도시로 가길 원했던 모양이다.
박씨는 "서울로 진출하지 못했다는 것에 대한 선입견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가 괜찮다는데 그런 소리를 들을 때면 기운이 빠지는 게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이 때문에 앞으로가 걱정이라고도 했다. 그는 "내가 괜찮다고 말한 이상 계속 괜찮아야만 할 것 같다"며 "만약 이곳에서 내게 안 좋은 일이 생기면 전부 내 잘못처럼 될까봐 걱정된다"고 푸념했다.
물론 지방에서의 삶이 서울·수도권에 비해 나은 점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상대적으로 싼 물가다. 그런데 청년들은 별로 와닿지 않아 하는 듯하다. 지방이 훨씬 싸다는 집값이라야 어차피 당장 집 살 계획이 없어 무관한 데다, 오히려 지방이기에 돈이 더 드는 경우도 허다하기 때문이다.
박진주(23·회계)씨는 이에 대해 "옆 동네 가는 데에도 큰 돈 들이기 일쑤다"라고 말했다. 그는 "문화생활 여건은 물론 지역 내 인프라도 열악하다 보니 돈이며 체력이며 안 힘든 게 없다"고 불편해 했다.
"가령 연인과 데이트를 할 때, 전주 시내에서 할 만한 것들은 금세 다 해요. 그래서 시외로 나가는 경우가 많은데 30분밖에 안 걸리는 옆 동네(군산·익산 등)갈 때에도 시외버스 표를 끊어야 하잖아요. 그것만 왕복 1만 원이 더 드는데... 지하철이 있으면 좋으련만. 그나마 저는 시외로 통학은 안 해서 다행이지, 타지에서 학교 다니는 애들은 좀 힘들어 하죠."
지방 청년들 문제, 일자리로만 해결 못해 "중앙과 지방의 유기적 협동 중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