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하는 구본창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대안연구소 정책2국장 “변별력의 가치보다 절대평가로 인한 공교육 정상화의 가치가 우선해야 한다”
김형태
변별력 가치보다 절대평가로 인한 공교육 정상화의 가치가 우선지난 13일 오후, 수능 절대평가에 대한 일부의 우려를 최소화 할 수 있는 방안과 더불어 수능 절대평가 전환에 대한 올바른 담론 형성을 위해 사교육걱정없는세상과 교육을바꾸는사람들, 좋은교사운동, 전국진학지도협의회 등 4개 단체들은 '2021학년도 수능 절대평가 전환에 대한 구체적 방안을 제시한다'는 주제로 공동토론회를 열었다.
구본창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대안연구소 정책2국장은 "변별력의 가치보다 절대평가로 인한 공교육 정상화의 가치가 우선해야 한다"고 운을 뗀 뒤, "개혁에 있어서 과도기적 혼란이 필연적이라면 이 혼란을 최소화하면서 미래를 논의하는 숙고의 과정 또한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2018학년도부터 한국사와 영어는 9등급 절대평가를 시행하는데 이를 다른 영역으로 확대해 공통국어·공통수학·통합사회·통합과학에도 9등급을 도입한다면 6개 교과에 9등급, 최대 54등급이 나오게 된다"며 "여기에 사회와 과학에 선택과목을 하나씩 추가하면 8개 과목에 9등급 절대평가 도입으로 최대 72등급으로 늘어난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하면, 전 과목을 1등급 받은 학생과 다른 학생들 간 차이 구간이 65가지가 나오기 때문에, 운영의 묘를 살리면 얼마든지 절대평가만으로도 변별력이 있다는 분석이다.
이종태 교육을바꾸는사람들 정책위원은 "이번에 교육개혁을 못하면 우리나라는 3류국가로 전락한다"며 수능의 절대평가와 내신 절대평가는 함께 가야 할 동지라고 강조했다. 그는 절대평가제가 도입되면 대학의 학생 선발이 어려워지기 때문에 도입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에 대해 "이 말은 수능이나 내신은 대학이 학생 선발을 쉽게 할 수 있도록 점수를 기준으로 한 줄로 세워야 한다는 요구가 숨어 있다. 이런 요구는 비난 받아 마땅한 비교육적 관점"이라고 성토했다.
이어 "대부분의 선진국에서는 이런 관행이 사라진 지 오래임에도, 우리나라는 일제 강점기에 시작된 점수로 줄 세우기가 약해지기는커녕 시간이 갈수록 강화되었고 한 세기가 넘도록 지속되고 있다"고 한탄했다.
김영식 좋은교사운동 정책위원장은 "어떻게 하면 과잉 공부와 과잉변별의 현실을 극복할 수 있는가? 고교 교육과정의 질 높은 배움을 견인할 수 있는가? 2015 개정교육과정의 취지를 살려낼 수 있는가?"를 생각하자고 역설했다. 수능 중심의 현재 입시가 초래하는 문제는 평균 95점을 받고 있는 성적 높은 학생이 남보다 더 높은 점수를 받아 더 높은 등급을 받기 위해 더 많은 시간을 들여 공부를 해야 한다는 것과 더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학습의 심화와 발전이 아닌 정답을 맞히고 덜 틀리기 위해 불필요하고 질 낮은 공부에 쓰도록 한다는 것이다.
그는 "적어도 현재 상위 30% 학생에게는 국영수 공부는 이 정도면 충분하다는 신호를 주어야 한다"며 "우리는 합격의 기준을 너무 높게 잡아서 교사의 에너지, 학생의 시간, 부모의 사교육비를 불필요한 공부에 과잉 투자하도록 만들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상위권 학생을 더 세밀하게 변별하기 위한 현행 체제는 다수의 정상적이며 공교육에 충실한 학생을 열등생으로 전락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김 정책위원장은 "앞으로 시행될 수능은 과잉공부와 과잉변별의 문제를 극복하고, 고교 교육과정의 질 높은 배움을 견인할 수 있는가로 방향을 잡아야"하고 또한 "미래 사회에 적합한 인재에 필요한 역랑-비판적 사고력, 창의력, 의사소통능력, 협업 능력-을 길러내야 한다는 방향성 속에 등장한 2015 개정교육과정의 취지를 살려낼 수 있는 수능체제가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능 절대평가와 자격고사화 통해 창의적 인재 육성해야 최승후 문산고 교사(전국진학지도협의회 정책국장)는 "내년에는 국어 절대평가를, 그 다음에는 수학을 넣는 등 전면적 도입이 아닌 단계적 도입이 오히려 더 혼란스럽다"며 "동일한 시험에서 영역별 평가 방식이 서로 다른 것은 모순이고, 그렇다고 상대평가로 회귀할 수는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한국사는 절대평가를 실시하고 있고, 영어는 2018학년도 수능부터 절대평가로 전환되는데, 국어, 수학, 사탐, 과탐 영역은 상대평가라는 것이다.
그는 또한 "수능 점수의 신화에서 탈피해야 학교 교육이 수능에 종속되지 않는다. EBS 교재 문제 풀이나 하는 죽은 교육에서 벗어나, 책도 읽고 토론도 하고 질문과 발표가 일상화된 살아있는 수업이 구현될 것"이라며 "고교 교육이 수능 상대평가에 종속되어 한 문제라도 더 맞도록 무한 경쟁을 학생들에게 강요하는 것은 비교육적"이라고 비판했다.
수능의 평가 방식이 고등학생으로서 이수해야 할 학력 성취 수준을 진단하는 '절대평가'에 목표를 둘 때, 고교는 수능 시험에 짓눌리지 않고 정상적인 다양한 교육을 할 수 있다는 얘기다.
최 교사는 덧붙여 "그동안 수능 시험 개편 때마다 명분으로 내걸었던 사교육비 경감, 공교육 정상화 등의 효과는 미미했다"며 "2021 수능 체제만큼은 이론에 밝은 교수님과 연구원·행정가뿐만 아니라 현장의 진학 전문가들과 소통해 수립했으면 좋겠다"는 뼈있는 말도 했다.
국회 교문위 소속 노웅래 의원(더불어민주당)은 "현행 수능 제도는 학교현장에서 배우는 다양한 사회·과학 과목 중 수능 시험 위주로만 선택하고 이수하게 함으로써 지식 편중과 인문 사회적 소양 부족이라는 문제를 야기시켰고, 학년이 올라갈수록 증가되는 학습량으로 '수포자'를 양산하는 상황"이라며 "따라서 학습내용을 핵심개념 중심으로 대폭 감축하고, 절대평가를 통해 자격고사화하여 학교 현장에서 입시위주의 줄 세우기 교육이 아닌 창의적 인재를 육성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