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번 더 그 카페를 방문해 지나치는 안내문을 보며, 가게에서 지킬 예의가 있다면 반대로 방문한 손님에게도 지킬 매너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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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 깊은 안내문을 세워둔 카페 사장님이 빙긋 웃으며, "안녕하세요?"하고 마주 인사를 건넸다. 입구 안내문 때문에 막연히 엄격할 것이라고 예상했던 사장님은 의외로 성격 좋아 보이는 사람이었다. 그 후, 몇 번 더 그 카페를 방문해 지나치는 안내문을 보며, 가게에서 지킬 예의가 있다면 반대로 방문한 손님에게도 지킬 매너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판매자의 입장에서는 고객이 돈을 낸 만큼의 서비스를 제공할 의무가 있다. 더불어 소비자에게도 지불한 값어치만큼에 한해서 서비스를 요구할 수 있는 권리에 대한 암묵적인 합의가 있다고 생각한다. 가끔 이 암묵적인 합의가 깨어질 때가 있다.
정말 몰랐을 때, 남들보다 좀 더 대우를 받고 싶어서 혹은, '나 하나쯤이야' 하는 생각에서 지불한 대가보다 더 큰 요구를 하는 경우가 생긴다. 피치 못할 사정에 의한 것이라면 괜찮지만 알고 있으면서도 한 번쯤 하는 생각에 무리한 요구를 하는 것이 문제다. 나에게는 한 번이지만, 가게 입장에서는 하루에도 여러 번 발생하는 흔한 일일 수 있다.
대부분의 경우에서 소비자의 입장이 익숙하다 보니, 나는 판매자의 입장에 대해 크게 생각해본 적이 없다. 한 대형마트의 고객센터 옆에서 고객과 마찰이 있었던 직원이 '죄송합니다.'하며 연신 사과를 하여 논란이 일었던 사건과 여름철 무거운 생수 배달로 고생하는 택배원들에 대한 이야기가 뉴스와 신문지 상에 올라오는 등 사회적인 이슈로 표면화되었을 때에나 가끔 생각해본 것이 다였다.
'내가 만약 반대 상황이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상대방을 배려한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다. 돈을 지불했기에 받는 서비스에 대해서도 당연시 했기 때문이다. 나는 소비자니까. 돈을 지불했으니까.
내가 편한 만큼 누군가는 불편할 수 있다어쩌면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기에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나에게는 사소하지만 상대방에게는 스트레스로 다가왔을 법한 일들이 있었을 것이다. 내가 편한 만큼 반대로 누군가는 불편함을 감수하고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보지 못했다.
이것저것 예민하게 생각하고 따지는 것일 수도 있지만, 가급적 상대방의 입장을 한 번쯤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1인 1메뉴 주문이나, 셀프인 가게는 셀프로, 카운터에 없는 것은 따로 요청하지 않는다던가. 내가 마신 잔을 카운터에 되돌려주는 정도의 센스와 매너는 필요하지 않을까?
나도 회사에서 스트레스 받으며 적게나마 감정노동을 하는데 서비스직 종사자들은 얼마나 더 많은 스트레스를 받을지 상상이 잘 안 된다. 감내하는 것의 수준은 내가 아니라, 감내하는 당사자가 느끼고 결정하는 것이다.
내가 기분 좋게 할 수 있고, 상대방도 기분 나쁘지 않을 선에서, 내가 낸 금액만큼의 서비스만 당당히 요구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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