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미포조선 비정규직 해고노동자들의 고공농성 장면
이한별 금속노조 울산지부 조직부장
"차가 아래위로 다니니까 자동차 소음이 심해요. 차 지나갈 때 진동이랑 오토바이 엔진 소리도 힘들죠. 처음보단 적응이 되긴 했는데, 그래도 한 번씩 깜짝 놀라요." 힘든 점을 묻자 이성호 씨는 소음 스트레스를 이야기한다. 귀마개를 해도 차가 다닐 때의 진동은 차단되지 않는다고 했다. 공간이 좁아 몸을 자유롭게 움직이지 못하다 보니 허리 통증도 있다. 전영수 씨도 허리 통증과 목 통증으로 고생하고 있다고 했다. 비 피할 공간이 있는지 물으니 가운데에 눕지는 못해도 앉아서 비를 피할 수 있는 작은 공간이 있단다. 비가 오면 어떻게 하나 걱정이 되어 이야기를 하는데, 이씨는 "비가 와야 하는데..." 하며 오히려 농촌 가뭄 걱정을 한다.
"공간이 좁아 여기서 할 수 있는 게 많지는 않아요. 운동을 자유롭게 할 수는 없어서 윗몸일으키기나 제자리걸음을 걸어요. 밑에 사람들이 오면 손 흔들고 인사도 해요. 가족들하고 통화도 하고..."
가족들 이야기가 나오자 성호 씨의 목소리가 가라앉는다. 가족들이 마음고생을 많이 하고 있다고 했다.
비정규직은 파리 목숨이에요이성호씨는 2003년 울산 현대중공업에 입사하여 미포조선과 현대중공업을 왔다갔다 하면서 배 만드는 일을 해왔다. 중간에 거제도 삼성중공업이나 통영에 있는 성동조선해양에 다니기도 했다. 모두 조선소 비정규직 하청업체 소속이었다. 그는 두 달 전에 미포조선에서 비정규직으로 5년 간 일하다가 업체 폐업으로 직장을 잃었다.
"비정규직은 파리 목숨이에요. 1년 다니면 업체가 폐업을 하고 다른데 가게 되는 거죠. 4월 9일 날 업체가 폐업했어요. 업체 노동자가 70~80명 정도 됩니다. 다른 동료들은 다 다른 업체로 고용 승계가 되었는데, 하청노조(금속노조 현대중공업사내하청지회) 조합원들만 고용승계가 안되고 쫓겨났어요. 폐업 공고가 나고 다른 업체 가려고 이력서를 40군데나 넣었습니다. 서류 넣고 면접 보고 거의 합격 분위기로 사무실을 나왔어도 한 시간 지나면 전화가 와요. 갑자기 일이 없다고 안 되겠다고 해요."나중에 알고 보니 그는 하청지회 소속이라는 이유로 취업이 안 되는 거였다. "조합원을 어떻게 쓰냐?"고 얘기하는 업체도 있었다. 일명 '블랙리스트'였다. 40번의 불합격 끝에 그는 고공농성이라는 결단을 내리고, 같은 상황에 있던 전영수 씨와 함께 지난 4월 11일 새벽 이 교각에 올랐다.
"밑에서 할 수 있는 건 한정이 되어있고, 이 문제를 알리기 위해서는 오르지 않고서는 방법이 없겠더라고요. 아니면 분신을 하거나... 우리 문제를 알리기 위해 이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블랙리스트 철폐와 하청노동자 노동기본권 보장, 대량해고 중단이 그들의 요구사항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