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삼계방산 등 강원도의 해발 1300m 이상 고산지대의 북사면 너덜지대에 많이 자생하던 천삼(땃두릅)이 무분별한 채취로 설악산의 극히 일부 지역을 제외하면 만나기 어려워졌다. 순을 따거나 줄기 일부분만 채취를 하는데 그치지 않고 뿌리까지 뽑은 탓이다. 사진의 천삼들은 인적이 미치지 않는 위치에 식재해 20여년째 생육상태를 지켜보고 있다.
정덕수
미련스럽게 처음 발견한 산삼을 조심스럽게 채집해 이끼를 뜯어 손수건으로 싸 배낭에 넣고 종일 나물 채취를 한 뒤 오색마을에 돌아왔다. 몇 번 산삼에 대한 말씀을 해주셨던 마을 어른께 보여드리니 당장 "이걸 왜 지금 가져왔어? 내일 새벽 해뜨기 전 아무도 몰래 다시 그곳에 가서 너만 알 수 있는 자리에 다시 처음하고 똑같이 묻고 최소한 반경 50m 주변을 샅샅이 살펴봐. 틀림없이 이 삼이 있게 한 모삼(母蔘)이 있어"라고 하셨다.
해도 뜨기 전 아내에게 산에 가장 빠르게 접근할 수 있는 위치까지 데려다 달라고 했다. 산에 들고 조금 지나서야 먼동이 텄다. 햇살이 동쪽 방향으로는 비쳐들기 시작했으나 삼을 만난 지점엔 여전히 햇볕이 들지 않았다. 배낭을 벗어 산삼을 처음 만난 위치가 아닌 곳에 다시 심었다. 그리고 돌아와 찬찬히 살피는데 조금 전 심었던 것과 비슷한 3구삼들을 여러 개체 만날 수 있었다. 하지만 더 큰 삼은 도저히 찾을 수 없어 잠시 쉬다 다른 장소에 심었던 삼을 처음 자리에 옮겨 원 상태 그대로 정성껏 심었다.
굴피를 떠 삼대를 눕혀 눈에 띄지 않게 만들라는 말은 들었지만 구태여 그런 무리까지는 하고 싶지 않았다. 다른 사람의 눈에 띄어 사라지면 거기까지가 내 복이겠거니 하는 마음이었다.
물을 한 모금 마시고 나물을 채취할 생각으로 배낭을 짊어지려고 들었다. 그때 거짓말처럼 그토록 찾던 커다란 삼이 배낭에 눌려 있다 일어섰다. 배낭으로 눌러놓고 주변을 2시간 동안 살폈으니… 키가 상당히 크고 잎도 내 손바닥을 쫙 편 것보다 더 컸다. 수시로 사람들이 지나치는 등산로에서 불과 2m 남짓, 그동안 어떻게 사람들 눈에 띄지 않고 이렇게 내 눈 앞에 나타났는지 알 수 없다. 물론 매년 이 자리에서 참나물과 곰취를 채취하면서도 처음 만났다는 자체도 신기했다.
이 산삼은 나중엔 하도 말도 많고 탈도 많아 결국 3구삼 한 뿌리만 구매자에게 넘기고 지인에게 보내거나 가족들에게 먹게 했다. 다른 사람의 삼은 헐뜯고 자신이 채심한 삼은 부풀린다는 사실도 그때부터 확실하게 배웠다. "그래 먹고 아프지 않으면 좋지"란 아내의 말을 들으며 내가 먹은 삼은 뇌두부터 미의 끝까지 길이가 60cm으로 무게만도 1냥 2돈 3푼(45.75g)이나 됐다.
당시 한국심마니협회에 사진을 보냈을 때 "자세한 감정을 하고 경매에 붙이는데 그 비용과 수수료를 납부해야 된다"는 말을 들었다. 경매까지 보통 빨라야 일주일이라는데 그 경비부터 댈 형편이 안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