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란 내게 내 편도 아니고 오히려 나를 혐오하는 사람들이었다. 이런 상황 속에서 나는 탈가정을 선택했고 대학입학과 함께 가족을 벗어나 5년째 혼자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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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을 가한 이후로 가족들은 나에게 동성애, 성소수자에 대한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그냥 애가 착해서 세상에 관심많고 사회적 약자/소수자 인권활동을 하는, 그런 착한 아들로 나를 보고 있었다. 이 역시도 나는 답답했다. 내가 성소수자인데, 왜 이성애자인척 하면서 가족들의 비위(?)를 맞춰야 하는 걸까.
그래서 난 다시 나의 존재를 알리고 가족과의 관계를 확실하게 정리하기 위해서 다시 커밍아웃을 하고자 했다. 하지만 이 역시 망했다. 젠더퀴어라는 정체성을 제대로 설명할 수 없어서 그냥 게이라고 설명을 하고 무서워서 그 자리를 뛰쳐나왔다.
모순적이게도 내가 힘들거나 어려울 때, 가장 먼저 생각나는 사람이 가족이었다. 나는 이 사실을 끝까지 부정하고 싶었지만 결국 인정했다. 가족이란 많은 이들에게도 그렇겠지만 나에겐 정말이지 더욱 애증의 관계였다.
성소수자를 향한 혐오가 넘쳐흐르는 대한민국 사회에서, 대학이라는 공간도, 교회라는 공간도, 어느 하나도 내게 편한 공간이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 가족마저도 포기하고 싶지 않았던 것 같다. 한국 사회에서 가족이라고 뭐 얼마나 다르겠냐만, 나에게 남은 마지막 아군이랄까? 세상에서 환대받지 못하는 나의 존재를 그나마 인정받을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집단이랄까? 그래서 가족한테 뭔가 기대하게 되는 것 같다.
성소수자 부모모임 실무진 활동도 이런 일말의 기대감으로 시작했다. 부모모임의 정기모임을 하면서 때론 그런 말을 듣는다. 자녀로서의 나와 성소수자로서의 나를 구분해야 한다고, 그리고 성소수자와 비성소수자라는 구도가 아니라, 자녀와 부모라는 구도에서 부모들을 조금 기다리고 이해해줄 필요가 있다는 말을 듣는다.
그렇지만, 자녀이자 성소수자라는 정체성이 구분될 수 있을까. 혐오가 판치는 이 사회에서 가족한테라도 기대고 싶은, 기댈 수밖에 없는 사람에게 그런 구분이 잘 이뤄질 수 있을까.
성소수자 자녀로서, 나에게 가족이란 이러한 의미이다. 나의 존재를 부정하고 폭력을 했었음에도 불구하고 다시금 인정을 바라고 매달리게 되는 사람들. 그리고 그 인정 투쟁에서 다시금 고통을 지불하게끔 하는 사람들. 뿌옇게 떠있는 애증들로 가득차서 선명히 보이지 않는 관계. 당신에게 가족은 어떤 의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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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에서 동성애자와 트랜스젠더를 비롯한 성소수자들이 가시화되면서 자녀가 성소수자라는 사실을 알게 되는 부모도 늘고 있습니다. 성소수자 부모모임은 자녀의 성정체성을 알게 되어 고민하고 있는 부모님들의 모임입니다. 서로의 이야기를 듣고, 공감하고, 서로 위로하기도 하며 어디에서도 말할 수 없었던 고민을 털어놓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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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밍아웃 후 날 혐오한 사람들, 그럼에도 기댈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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