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에서 지난 2016년 6월 26일 오후 열린 퀴어문화축제를 반대하는 보수기독교단체 회원이 동성애를 반대하는 피켓과 태극기를 들고 서 았다.
조정훈
이어서 대구 퀴어퍼레이드, 올랜드 참사 촛불집회, TDOR(트랜스젠더 추모의날) 등 각종 행사에 참가했다. 그러면서 이것이 바로 우리 아이가 겪어야 할 현실이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아팠다.
그래도, 내가 부모모임에 나가기 시작했다는 얘기를 듣는 순간 아이의 목소리는 밝아지고 갑자기 이야깃거리가 늘어난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모임에서 만난 친구나 부모들 이야기, 활동하면서 있는 애로사항, 보람을 느끼는 순간들... 전에는 쉽게 할 수 없었던 얘기를 스스럼없이 할 수 있다는 사실에 아이의 마음이 많이 편해졌을 것이다.
그리고 가족들이 지지해주고 대외활동도 하고 있다는 사실이 친구들한테 자랑거리가 되고 부러움의 대상이 되고 있다고 한다.
부모모임에서 활동하면서 나에게 생긴 가장 큰 변화는 친구들의 폭이 넓어진 것이다. 아직은 그들을 완전히 이해하지는 못하지만 어쩔 수없이 나도 그들과 한배를 타고 앞으로 나아갈 수 밖에 없다.
그동안은 불편하고 해결하기 힘든 문제로만 치부하고 애써 눈 감았던 일들이 하루아침에 죽을 때까지 안고 가야 할 나의 과제가 된 것이다.
1년 뒤 다시 만난 나의 딸 이런 과정들을 우여곡절 거치고 나서, 커밍아웃 후 1년 반 만에 처음으로 아이와 둘이서 여행을 다녀왔다. 길을 가다가 호기심에 가득 찬 주위의 시선에 태연한 척 해보지만 쉬운 일은 아니다. 아이도 아무렇지 않은 듯 무시하다가도 한 번씩 짜증을 내곤 한다. 아이가 평생토록 주위의 불편한 시선을 느끼며 살아가야 한다는 사실에 마음이 불편하다가도 '엄마인 내가 괜찮다는데 무슨 상관이냐. 내 아이는 내가 지킨다' 하며 속으로 되뇌곤 했다.
이렇듯, 아이들의 커밍아웃으로 부모들도 또 다른 벽장 안에 숨게 되고 아이들과의 단절까지 경험하기도 한다. 이 상황에서 벗어나 내 아이를 이해하고 부모 또한 벽장에서 나오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노력과 마음다짐이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성소수자에 대하여 바로 알고 있어야 자신 있고 떳떳하게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할 수 있고, 성소수자에 대해 편협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이해시킬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내 아이가 성소수자라는 사실이 점점 담담하게 느껴지지만 여전히 불안하고 답답한 마음은 어쩔 수 없다. 그러나 매달 부모모임에서 '나는 트랜스젠더 딸을 둔 엄마입니다'를 주위 사람들에게 이야기하고 서로 웃고 울다 보면 나도 모르게 내 자신이 단단해지고 있다고 느낀다.
그러면서 조금씩 주위에 커밍아웃도 하고 우리주위 어디든지 성소수자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리고, 무엇보다 성소수자를 편견없이 바라보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싸우기도 하고...
글을 맺으며, 마지막으로 이 말을 하고 싶다.
"성소수자라서 문제가 되는 게 아니라 성소수자를 바라보는 편견이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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