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옥 변호사는 “유신 독재를 끝낸 김재규는 역사적으로 재평가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 SBSCNBC 갈무리
안형기
김 전 부장은 이와 함께 최태민 박근혜 문제를 보고했는데도 박 대통령이 '모함'이라는 딸의 항변만 믿고 덮어버린 것도 저격 결심을 굳힌 이유가 됐다고 변호인 면담과 항소이유서 등을 통해 밝혔다. 강 변호사는 "김재규 사형으로 최태민 문제의 진상은 규명되지 않았고, 박근혜가 대통령이 된 후에는 모든 의혹을 '찌라시'라고 부인했다"며 "최순실 국정농단으로 박근혜 대통령이 파면된 것은 사필귀정"이라고 말했다. 강 변호사는 이날 방송에서 최태민 관련 내용과 함께 '박 전 대통령이 연예인을 포함한 100여명의 여성을 쾌락의 도구로 삼았다'는 진술이 담긴 김재규 면담노트를 공개하기도 했다.
강 변호사는 "김재규는 유신독재를 끝내기 위해 의거를 했지만 당시 전두환 보안사령관이 수사과정에서 김재규를 파렴치범으로 몰아 사형시키고 자신이 권력을 잡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전두환은 당시 김재규에게 자결하라고 했는데, 진짜 자결해야 할 사람은 전두환"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2000년부터 '10·26 재평가와 김재규 장군 명예회복추진위원회'를 만들어 활동하고 있는 강 변호사는 "역사를 바로 세우기 위해 김재규는 의사(義士)로 재평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조선시대 단종의 복위를 도모한) 사육신도 당시에는 역적으로 몰렸지만 250년 뒤에 신원이 회복됐다"며 "김재규가 아니었다면 유신독재는 20년 이상 이어지고 수많은 희생자가 나왔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도둑 대신 '도둑이야' 외친 사람을 벌한 X파일 사건 강 변호사는 지난 2005년 삼성X파일 사건 당시 제보자인 박인회씨를 변호했다. 당시 검찰은 뇌물을 주고받은 재벌과 정치인, 검사들은 수사하지 않고 제보자인 박씨와 이를 보도한 기자, 수뢰검사 명단을 공표한 국회의원 등을 처벌했다. 불법 도청의 결과물은 법 절차의 증거물로 쓸 수 없다는 이유였다.
이에 대해 강 변호사는 "삼성의 정경유착을 밝히려던 제보자의 용감성과 진실성, 애국심 등은 다루지 않고 완전히 협박범으로 취급했다"며 "(김기춘 전 청와대비서실장 등이 연루된) 1992년의 초원복국집 사건처럼 도둑은 안 잡고 '도둑놈이야' 외친 사람을 조사한 셈"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또 "당시 삼성이 사법부에 엄청나게 로비를 해서 결과적으로 아주 잘못된 재판이 됐다"고 꼬집었다. 그는 '유전무죄, 무전유죄'의 속설이 더 이상 통하지 않고 사법부가 바로 서려면 법관들이 초심으로 돌아가 흔들리지 않는 정의감을 발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