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청도5월의 아침 여명
나기옥
이 섬은 육지와 멀리 떨어져 있다 보니 철새 도래지로서도 이름을 알리고 있다. 2003년 탐조(探鳥) 활동이 시작된 이래 330여 종의 새가 관찰됐고, 실제로 철새 이동 시기에는 많은 탐조가들이 섬을 찾는다. 이 섬에 조류탐방방문자 센터가 만들어진 이유이기도 하다. 비록 늘 문이 열려 있지 않은 게 아쉬움이긴 하지만.
그런데 어청도의 철새 도래가 최근 2~3년 동안 눈에 띄게 줄었다. 원인은 섬을 뒤덮던 소나무들이 재선충의 공격으로 전멸하다시피 해서다. 나무에 의지해 살던 송충이 등 벌레들이 사라지자 먹잇감을 잃은 철새들도 발길을 끊은 것이다. 자연은 이렇게 공생과 적대 관계를 통해 상호 공존하는 것임을 다시 한 번 일깨워주는 사례다.
비록 어디를 봐도 죽은 소나무가 눈에 띄지만 그래도 풍광은 정말로 탁월하다. 소나무들이 멋진 자태를 뽐낼 때였다면 아마도 모든 사람들이 꿈꾼 무릉도원이 현현(顯現)한 세상이었으라.
사람만 아름다움을 느끼는 게 아닌가 보다. 5월의 산책길에서는 병꽃, 양지꽃, 장구채꽃, 찔레꽃, 영산홍, 이팝나무꽃, 제비꽃, 씀바귀꽃 등을 만났다. 그뿐이랴. 모기에, 파리에, 나비에, 개미에, 벌에 온갖 곤충을 다 만났다. 그들도 어청도의 절경에 취해 모인 게 아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