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책상을 짜다가 쉬면서
최종규
제가 어릴 적에 간호원(아직 '간호사'라는 이름을 쓰기 앞서입니다)이 되려는 꿈을 품은 동무가 있습니다. 이 동무는 제 꿈을 선뜻 밝히지 못했습니다. 사내라면 마땅히 '의사'가 되어야지, 간호원이 뭐냐고, 가시내나 하는 일을 사내가 하려 한다고 아주 쉽게 놀림이나 손가락질을 받았어요.
제가 스무 살이 될 무렵(1994년) 제 동무 하나는 중장비 면허를 땄어요. 중장비를 다루는 면허야 따는 사람이 제법 있으니 놀랄 만하지 않을 수 있으나, 이 중장비 면허를 딴 동무는 가시내입니다. 으레 사내만 따던 중장비 면허를 가시내가 땄고, 이 동무는 면허로만이 아닌 '중장비 기사'로 몸소 일하고 싶어 했어요. 그렇지만 제 동무는 기사로 일하지 못했습니다. 사내 아닌 가시내한테는 '기계를 맡길 수 없다'고 한다면서 몹시 슬퍼했어요.
2010년대를 가로지르는 오늘날에는 택시나 버스나 중장비까지, 굳이 사내만 운전대를 쥐지 않습니다. 가시내도 얼마든지 택시나 버스나 중장비 운전대를 손에 쥡니다. 이와 달리 1980년대를 돌아보면 그무렵에는 자가용 운전대조차 가시내가 쥐기 매우 힘들었어요. 적잖은 사내는 '자동차를 모는 가시내'를 보면 일부러 놀리거나 괴롭히기 일쑤였고, 때로는 거친 말을 마구 퍼붓기까지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