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밖에서 바라 본 홍성호철물점 전경. 물건들이 정신없이 쌓이고 섞여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나름대로 다 제자리가 있다.
<무한정보>이재형
"여기 장터에서 오래된 가게라면 홍성호철물점을 빼놓을 수가 없지요. 내가 어릴 적에도 있었으니 60년도 넘었을 거야. 거기 사장이 장호승씨라고, 중국 산둥성에서 공산주의가 싫어 피난 온 화교였어요. 덩치가 컸지. 호인이었고 대국인다운 기질이 있었어요. 옛날엔 가게가 지금보다 컸는데…. 종로약국 자리에 솥 창고도 있었고요. 철물점 바로 옆이 중국요리 재료 파는 가게였고, 그 앞에는 아치형 나무다리가 있고, 풀빵집도 죽 늘어서 장사를 했었는데…."
달나라이용원 이승순(68) 사장이 밖을 내다보며 예산읍내장터 옛풍경을 회상했다.
충남 예산군 예산읍 예산리 257번지를 60년 넘게 지켜 온 홍성호철물점. 모르는 사람이 보면 홍성호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이 문을 연 가게로 단정하겠지만 전혀 다른 의미의 간판이다.
처음 가게를 연 장호승씨가 지은 상호인데 홍은 번성한다는 의미의 '원기홍(鴻)'이고 '승호'는 자신의 이름자 앞뒤를 바꿔 쓴 것이다. 그래서 '홍승호철물점'이었다가, 가업을 이어받은 아들 장원풍(57)씨가 '홍성호철물점'으로 바꿨다. "(ㅡ 보다 ㅓ 발음이 편하니) 사람들이 모두 그렇게 불렀기 때문"이란다.
"가게를 이어 받은 지 3년째 되던 해에 아버님이 돌아가셨어요. 63세였나 그랬으니 너무 일찍 가셨지요. 그리워 했던 고향에도 못 가보시고…. 아버지는 중국 산둥성 모평현 장가촌이 고향인데, 장개석하고 모택동과의 전쟁을 피해 한국으로 건너와 외삼촌이 자리를 잡고 있던 예산에 정착하게 됐다고 들었어요. 그때가 정확히 몇 년도인지는 몰라요."산둥성이면 서산에서 '닭울음 소리도 들렸다'는 말이 나올 만큼 가까운 곳이다.
장개석(장제스)이 중국대륙을 공산당에게 내주고 중화인민공화국이 수립된 게 1949년이니, 장호승씨가 예산으로 와 홍승호철물점을 연 시기는 1950년 이쪽저쪽이 아닌가 싶다.
35년째 가업 이어가고 있는 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