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와 가족모임 회원들이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문재인대통령에 전하는 편지 발표를 하고 있다.
이희훈
우여곡절 끝에 피해자와 피해자 가족 등 5명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내는 편지 다섯 통을 낭독했다. 가습기 살균제와 증상의 인과관계가 떨어진다는 이유로 3·4단계 피해 판정을 받은 이들이 많았다.
2009년 옥시 가습기살균제로 아내를 잃은 왕종현씨(70)도 손을 덜덜 떨며 가습기살균제로 아버지를 잃은 김미란씨의 편지를 대독했다. 왕씨도 아내와 함께 가습기살균제를 오랜 시간 썼기 때문에 어지럼증과 비틀거림 등을 앓고 있다.
김미란씨는 편지에서 "3·4단계는 증상이 경미한 것으로 잘못 알려져 여전히 피해자로 인정받지 않고 있다"며 "3·4단계 폐섬유화도 1·2단계 폐섬유화와 같다. 단지 급성이 아닌 만성이란 이유로 똑같이 폐섬유화로 죽고 병들고 폐이식까지 해야 하는 3·4단계 피해자들도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로 인정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한 "3·4단계 피해자들도 개·돼지가 아닌 대한민국의 국민임을 느낄 수 있게 해주시길 바란다"며 "평범하게 행복하게 살고 싶었고 살아왔던 국민들을 죽이고 병들게 한 가해기업들을 재수사 해주시고 처벌 받게 해 주셔야 한다"라고 요구했다.
김옥분씨도 "폐 이외의 장기에도 손상이 있을 수 있음에도 이런 부분들은 간과한 채 보건복지부에서 피해자들에게 등급을 매긴 것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며 "피해 경중에 따라 피해보상을 달리 한다는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아무런 보상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전했다.
10년간 가습기살균제를 쓰다가 3차 피해자로 신고한 이재성씨는 마스크를 낀 채 편지를 읽어 내려갔다. 이씨는 "판정조사의 개선과 함께 지연된 이유에 대해 재조사를 해달라. 3·4단계의 피해 인정범위도 확대해 달라"라고 촉구했다.
편지 낭독이 끝난 후 최예용 소장은 문재인 대통령 가면을 쓰고 피해자 가족들을 위로하는 퍼포먼스를 벌였다. 편지를 읽은 가족들을 최 소장이 문 대통령 가면을 쓴 채 일일이 안아주며 "죄송합니다. 국가가 책임지겠습니다"라고 위로의 말을 전했다. 최 소장은 문 대통령을 대신해 가족들에게 절을 하기도 했다.
강찬호 가습기살균제피해자와가족모임(가피모) 대표는 편지를 청와대에 전달하며 "피해자 가족들이 가장 원하는 건 진정 어린 사과다. 완벽한 건 아니더라도 정부가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줄 때 다국적 기업들은 물론 나머지 기업들이 문제를 해결해 나갈 거라고 생각한다"라며 "문재인 대통령이 정부 차원에서 책임지고 해결하겠다는 약속을 꼭 해주시길 바란다"라고 밝혔다.
아쉬움 남은 환경의 날..."정부, 책임 인정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