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그림. 카이투스는 어느 날 하늘을 붕 날아오르는 마법을 쓴다.
북극곰
배우려는 뜻이 있기에 배워요. 아이나 어른이나 매한가지입니다. 배우려는 뜻이 없을 적에는 아이도 어른도 못 배워요. 배우려는 마음이 없는 사람은 제아무리 훌륭하거나 뛰어난 교사가 코앞에 있어도 졸음이 쏟아지기 마련이에요. 배우려는 생각이 없는 사람은 대단히 뜻있고 아름다운 책을 코앞에 들이밀어도 한 쪽조차 못 읽고 하품을 하기 마련입니다.
배우려고 하는 사람은 먼 길을 마다 하지 않아요. 배우려고 하는 사람은 책으로도 배우고, 몸으로도 배우며, 마음으로도 배워요. 배우려고 하는 사람은 어린이여도 배우고 젊은이여도 배우며, 쉰이나 일흔이나 아흔이라는 늦깎이 나이여도 배워요.
예순 살이 넘어서 화가로 우뚝 서는 사람이 있고, 예순 살이 넘어선 뒤에 즐겁게 사진가로 서는 사람이 있어요. 비록 학교를 다닌 적이 없다지만 시나 소설을 아름답게 써서 따사롭고 너른 이야기를 베푸는 사람이 있지요.
카이투스는 집 생각이 났어. 엄마 아빠 생각도 났어. '분신이 함께 있으니까 내가 집을 나온 줄도 모르실 거야. 그러면 나는? 나는 어디로 갈까?' (116쪽)서커스 단장은 전보를 쳐서 카이투스를 위해 멋진 집을 마련해 놓았지. 엄청나게 큰 정원이 있는 집이었어. 정말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비싼 집이었지. 하지만 거기서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면 그게 다 무슨 소용이야? 정원에서도 놀면 안 되고 친구들을 불러도 안 되고 파티를 열어도 안 되고 집 안에서 뛰어다녀도 안 되고. (159쪽)<카이투스>에 나오는 '안톤 카이투스'는 마법을 하나하나 익힐 적마다 마법힘이 커지는데, 이렇게 커진 마법힘으로 도시 하나를 수렁에 빠뜨리기도 합니다. 마음에 안 드는 모든 것을 휩쓸어버릴 만큼 마법힘이 세지기까지 해요.
아이는 스스로 마법을 익혀서 마법사가 되었으나, 막상 마법을 어떻게 다스려야 하는가 하는 마음을 배우지는 못했어요. 카이투스네 아버지는 카이투스를 따사롭고 부드러이 마주할 줄 알지만, 집 바깥에서 돈을 버는 일이 너무 바쁘고 힘들어서 카이투스하고 말을 섞을 기운이 없어요. 어머니도 매우 착하고 상냥하지만 카이투스가 스스로 배우고 싶은 삶길을 밝히는 데까지는 돕지 못해요. 할머니는 카이투스한테 늘 슬기롭고 따스한 마음을 베풀지만, 카이투스는 아직 할머니 말씀을 가슴에 새길 만큼 철이 들지는 못했어요.
카이투스는 그저 마법힘을 빌려서 돈을 잔뜩 얻고, 마법힘에 기대어 이름을 높이 드날리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돈이며 이름을 한껏 얻고 나서 '이 모두 얼마나 부질없는가'를 똑똑히 깨닫습니다. 학교가 싫어서 달아나고, 집이 귀찮아서 달아난 아이는 자꾸자꾸 달아날 수밖에 없는 고비에 이르고, 이렇게 달아나고 달아나다가 어느 날 '요정'이 된 아이 조슈아를 만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