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하일 비게가 쓴 <땡전 한 푼 없이 떠난 세계여행> 겉 표지
뜨인돌
우여곡절 끝에 쾰른에 도착한 미하일 비게는 닷새 후 벨기에에서 캐나다로 가는 화물선을 공짜로 얻어 탈 때까지 옛 친구들 집을 전전하며 공짜로 잠자리를 해결합니다. 하지만 배고픔을 해결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이지요.
그의 선택은 '덤스터 다이빙'(쓰레기 뒤지기)입니다. 대형슈퍼마켓에서 폐기처분한 식료품을 뒤지는 것을 덤스터 다이빙이라고 하는데, 그곳에서 쾰른에서 사회학을 공부하는 청년 페터를 만납니다.
페터는 쓰레기 더미에서 얻은 채소 등을 먹는 방식으로 소비지향 자본주의, 물질만능주의, 세계화에 반대하고 환경정의를 실천하는 '프리거니즘' 운동가입니다. 쾰른에는 프리건족 모임이 있고 정기적인 모임도 한다는군요.
아무튼 그날 밤 슈퍼마켓 쓰레기 더미에서 요구르트, 소시지, 빵, 치즈, 우유, 젤리 가득 주워와 끼니 문제를 해결하더군요. 쓰레기 더미에서 음식을 구해오는 것도 그런 일을 환경의 일환으로 그런 일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도 모두 참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그는 다음날부터 벨기에행 기차표 마련을 위해 아르바이트를 시작하는데, '영국 집사 노릇'을 해주고 기차표를 사달라는 제안이 적힌 마분지를 들고 거리를 서성거립니다. 보통 사람들이 생각해낼 수 있는 아이디어는 아니지요?
제 상식으로는 정말 무모한 시도로 보이는데 마흔 아홉의 부자 독일 아저씨는 미하일 비게를 집사로 고용합니다. 하루 꼬박 집사 노릇을 하고 딱 벨기에 앤트워프까지 갈 수 있는 기차삯으로 55유로를 받습니다. 하지만 기차 여행도 순탄치는 않습니다.
막상 돈이 생기자 기차삯을 아끼려고 무임승차를 하는데 승무원에게 들켜 요금에 벌금까지 내고 브뤼셀에서 내리는데, 결국 또 다시 몰래 다른 기차의 화물칸에 올라타고 목적지까지 가게 됩니다.
땡전 한푼 없이 세계여행에 나선 그에게 가장 큰 고충은 잠자리, 음식 그리고 이동입니다. 제가 소개하는 이 책 <땡전 한 푼 없이 떠난 세계여행>에 담긴 내용은 대부분 이 세 가지 문제를 해결하면서 생긴 에피소드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