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적60분> 취재진들은 끈질긴 추적 끝에 삼성그룹의 비자금 단서를 잡아냈다.
<추적60분> 방송 화면 갈무리
역사에서 가정은 없다고 했다. 그럼에도 만에 하나 조준웅 특검이 삼성 비자금 의혹을 제대로 규명했다면 사태는 어떻게 흘렀을까? 먼저 삼성의 비자금이 정관계, 언론계로 흘러 들어갈 여지가 많이 좁혀졌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또 삼성이 비선 실세 최순실의 딸 정유라에게 승마지원을 약속하고 그 대가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관철시킬 여지도 제한됐었을 수도 있다.
현재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구속돼 재판을 받는 중이다. 그러나 이 부회장의 구속만으로 삼성의 비자금 관행이 근절되리라고 낙관할 수는 없다. 삼성이 <추적60분> 취재진에게 보인 행태를 보면 불신은 더욱 깊어진다. 삼성그룹 홍보실은 취재진에게 세금계산서를 내밀며 거래가 적법하게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취재진은 세금계산서를 꼼꼼하게 따져봤다. 결과는 놀라웠다. 일단 금액이 맞지 않았고, 세금계산서 발행일도 공사대금을 주고 발행한 입금표 일자와 맞지도 않았다. 세계 일류를 자처한다는 삼성그룹이 허위 세금계산서를 들이밀었다가 체면을 구긴 셈이다.
<추적60분 - 한남동 수표의 비밀> 방송 이후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이참에 삼성의 비자금을 명명백백하게 규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참여연대는 1일 논평을 통해 "삼성의 비자금은 그동안 수차례 그 일부가 수면 위로 부상했던 적이 있었지만, 그 전모가 밝혀진 적도 없고 이에 대해 엄정한 법의 심판이 이뤄진 적은 없다"며 "이제는 우리 사회와 삼성이 이 어두운 과거와 결별할 때가 되었다. 그를 위한 첫걸음은 이건희 전 회장 등 삼성 총수 일가 자택의 공사대금 조로 삼성 비자금으로 의심되는 자금이 사용된 정황에 대해서 철저한 수사가 진행되는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비자금은 일단 불법의 결과다. 그리고 사회에 환원되어야 할 기업이윤이 총수 일가의 개인 주머니로 들어가기에 사회에 끼치는 해악은 이루 말 할 수 없다. 이미 삼성은 불법으로 만든 비자금을 정계, 관계, 법조계, 언론계 등 그야말로 전방위적으로 뿌리며 사회를 오염시켜왔다
삼성은 특검 수사가 마무리된 2008년 차명계좌의 실명 전환과 해당 자금을 통한 사회공헌을 약속했다. 그러나 9년이 지난 지금 삼성이 이 약속을 이행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삼성의 못된 버릇을 바로잡지 못하면 시간이 지나면 또다시 말썽을 일으킬 것이다. 이미 우리 사회는 십 년 전 삼성의 그릇된 관행을 바로 잡을 기회를 놓쳤고, 그 기회를 놓친 대가를 지금 치르고 있지 않은가?
끝으로, 끈질긴 취재로 삼성 비자금의 일단을 밝혀낸 <추적60분> 취재진께 진심으로 감사 인사를 전하고자 한다. 이명박·박근혜 보수 정권을 거치며 실추된 공영방송 KBS의 위상회복 가능성을 엿본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댓글
공유하기
삼성 비자금 실체, 이번만큼은 제대로 드러내자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