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학 수업 장면"독일 괴팅겐대학의 경영학 전공 수업 장면.
신향식
독일에선 자신이 누구인지 되돌아볼 수 있는 시간적 여유 있어이씨는 독일 김나지움에서 한국과 다른 이색 경험을 많이 했다. 11학년 정치 수업 때 책상을 가운데로 붙여놓고 학생들을 마주 보고 앉게 한 게 인상적이었다. 한 줄은 찬성 측, 한 줄은 반대 측으로 주장을 정하여 토론했다.
"토론 전에 EU 시스템을 주제로 이론수업을 하고, 그에 관한 서술형 질문에 답변하는 숙제를 했습니다. 저는 EU가 존재해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다들 자신의 생각을 논거를 곁들여 표현하더군요. 이런 토론에 무척 익숙한 모습들이었습니다." 이씨는 한국의 교육 현실에 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첫째로, 아이들에게 쉴 수 있는 시간을 안 주고 너무 바쁘게 굴리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창의적인 학생이 되려면 자신만의 시간이 있어야 합니다.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에 몰두할 수 있는지를 고민하는 여유가 있어야 창의성을 키울 수 있습니다. 그 이유는 자신을 잘 정의하고 있어야 자신의 한계도 알게 되고, 자존감도 생기며 휘둘리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씨는 독일에 간 지 얼마 안 되었을 때 자신을 너무 모르고 있는 것 같아 깜짝 놀랐다고 했다. 여러 나라에서 온 학생들로 편성한 독일어 기초반에서 회화 연습을 하는데 자신의 취미 등을 소개하는 기본적인 질문이 있었다. 하지만 이씨는 마땅히 답변할 내용이 없었다.
"취미가 뭐냐, 휴식 시간에 무엇을 하기를 좋아하냐 같은 질문에 마땅히 답할 게 없더라고요. 그런데 '시간적 여유'를 주는 나라에서 온 학생들은 자신이 뭘 좋아하는지 잘 알고 있었습니다. 기타 연주든 작곡이든 운동이든 취미 한두 가지는 기본으로 있더군요. 제가 한국에서 빠듯하게 지내다 보니 취미 하나 제대로 없었던 것 같습니다." 이씨는 한국 고등학교에서는 밤 11시까지 야간자습을 했다. 그런데 독일에 가보니 갑자기 시간이 늘어나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 몰라 당황스러웠다. 독일 학교에서는 수업이 보통 낮 1시, 늦어도 오후 3~4시 사이에 끝난다. 남는 시간에 글을 쓰고, 책도 읽고, 요리나 운동 등 다양한 활동을 한다. 그러나 한국 학생들은 평소 시간에 쫓기다 보니 시간이 많이 생겨도 어떻게 활용할지 당황하는 것 같다는 것이다.
한국 학생 일부는 수업 중 잠자지만, 독일에선 열심히 발표토론이씨가 꼽은 한국과 독일의 두 번째 차이점은, 독일 학생들은 수업 시간에 졸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씨는 "독일 김나지움 수업에서는 발표 구술 성적이 큰 비중을 차지하기에 수업 참여도가 높고 공부도 정말 열심히 한다"고 말했다.
"발표 구술을 하면서 학생들은 자기 생각을 표현하는 훈련을 받습니다. 평소 발표를 잘 하지 않던 학생들도 학기 말에는 적극 참여합니다. 그런데 적잖은 한국 학생들은 (학원에 다니느라) 너무 피곤해서 오히려 학교 수업시간에 잠을 청하니 정말 안타깝습니다."이씨는 세 번째 차이점을 자율성으로 꼽았다. 이씨는 한국에서는 기숙학교를 다니다 보니 저녁을 먹고 바로 야간자습을 하는 등 무척 바빴다고 한다. 그러나 독일에서는 수업 뒤 학원에 가는 게 아니라 혼자서 아니면 친구들과 함께 공부했다.
"텔레비전 스크린에 휴강 일정이 뜹니다. 교사든 학생이든 아프면 출근이나 등교를 안 해도 됩니다. 병을 옮길 수 있다는 염려 때문이기도 하지만 아플 때는 무엇을 하든 효율성이 없어 차라리 푹 쉬고 얼른 나은 뒤 일하는 게 낫다는 사고방식 때문입니다. 건강을 위해 자기 시간을 갖게 하는 겁니다. 공강이 생기면 진도가 늦어지는 단점도 있지만, 학생들 대부분은 '로또를 맞은 기분'으로 즐거워합니다. 대신 그 시간을 정말 알차게 활용합니다."문재인 대통령 정부에서 독일 교육을 참고하면 좋겠다남는 시간에 주로 어떤 활동을 하느냐는 질문에 이씨는 "친구들이랑 카페에서 수다를 떨며 친목을 다지기도 하고, 집이 가까우면 집에 가서 할 일을 하거나. 마무리 못 한 숙제를 하기도 한다"고 대답했다.
이씨는 한국과 독일 교사들의 자세에도 차이점이 있다고 밝혔다. 이씨는 "한국은 교사와 제자의 관계가 가깝고 교사들이 멘토 역할을 하는 편"이라면서 "교사들의 열정은 오히려 한국이 더 강한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독일 교사 중에서는 본인을 단순히 지식 전달자로 칭하는 교사들도 있었다고 한다. 교사들이 도움말을 해 준다고 해도 한국 교사들처럼 학생들 삶에 개입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학생들을 위해 충고 등으로 개입한다고 해도 학생들은 부정적으로 받아들인다. 자신의 인생은 알아서 책임져야 한다는 반응을 보인다. 고등학교지만 대학교처럼 자율성을 준다는 뜻이다.
"가을이면 독일로 돌아가 대학원에 복학합니다. 석사 논문도 멋있게 작성해야지요. 진로를 어디로 할지는 아직 결정하지 못했습니다. 독일 교육의 장점을 한국에서도 참고하면 정말 좋겠어요."인터뷰를 마친 이씨는 '서울로 7017' 입구를 지나 버스 승강장으로 총총히 사라졌다. 모 언론사 뉴스 전광판에는 문재인 대통령 정부가 초대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으로 김상곤 전 경기도 교육감을 유력하게 검토 중이라는 자막이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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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출신 글쓰기 전문가. 스포츠조선에서 체육부 기자 역임. 월간조선, 주간조선, 경향신문 등에 글을 씀. 경희대, 경인교대, 한성대, 서울시립대, 인덕대 등서 강의. 연세대 석사 졸업 때 우수논문상 받은 '신문 글의 구성과 단락전개 연구'가 서울대 국어교재 ‘대학국어’에 모범예문 게재. ‘미국처럼 쓰고 일본처럼 읽어라’ ‘논술신공’ 등 저술
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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