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만에 뚝딱 짜낸 책상을 즐겁게 받아들이는 작은아이
최종규
하루 만에 책상 짜기낮 두 시부터 책상을 짭니다. 어떤 책상을 짤는지 며칠 동안 생각해 보았고, 아침에 틀이 섰어요. 아이들 밥을 차려 주고서 이십 분쯤 평상에 누워서 등허리를 펴고는 곧바로 톱을 들고 나무를 켭니다. 먼저 웃판을 단단히 짭니다. 나사못을 스무 개쯤 박습니다. 다음으로 책상다리를 켜서 나사못을 박습니다. 책상다리가 튼튼하도록 받침나무를 잘라서 나사못을 박지요. 속에 짧은 받침나무를 대고, 바깥으로 긴 받침나무를 대요. 이러고서 웃판을 한 겹 덧댑니다.
제법 묵직한 책상이 되는데 여기에서 끝이 아니에요. 모래종이로 삭삭 겉을 훑어서 부드럽게 하고는 곧바로 옻을 바릅니다. 두 아이가 곁에서 이모저모 거들었기에 네 시간 만에 책상 하나를 다 짜서 옻까지 발랐습니다. 평상도 책상도 하나를 하루에 뚝딱 하고 짤 수 있구나 싶어 스스로 놀랍니다. 앞으로 더 손쉽게 짤 테고, 아이들도 머잖아 저희 살림을 손수 짜내겠지요.
겉절이를 하는 밤낮에 읍내마실을 하면서 우체국을 들르고 배추를 두 통 장만합니다. 집으로 돌아와서 바지런히 배추를 썰어 절여 놓습니다. 이러고 나서 양념을 마련하지요. 두어 시간 남짓 이대로 둡니다. 아이들이 잠듭니다. 밤에 겉절이를 합니다. 곁님하고 큰아이가 겉절이를 얼마나 잘 먹는지, 배추 한 통으로 담근 겉절이는 며칠이 안 되어 사라집니다. 배추 두 통 겉절이는 며칠이 갈 만할까요. 잘 먹어 주는 사람이 있으니 더욱 신나게 김치를 담급니다.
즐겁게 먹는 젓가락질을 지켜보니 새롭게 기운을 내어 여러 가지 김치를 담급니다. 겉절이를 담그고 나서 큰 통에 옮겨 놓는데, 다 옮기고서 손에 묻은 국물을 쪽 빨아 보니 "이야, 내가 담근 김치인데 이렇게 맛있나" 하는 소리가 절로 나옵니다. 손맛이란 맛있게 먹어 주는 살붙이를 그리면서 태어나는구나 싶어요. 손맛이란 즐겁게 먹으며 기쁘게 하루를 지을 아이들을 바라보는 동안 시나브로 깨어나지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