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박근혜 2차 공판 기사(좌)와 3차 공판 기사(우)
민주언론시민연합
졸았다는 언급에 '지친 기색'이라는 표현을 덧붙인 <조선일보>는 지난 2차 공판 당시에도 <판사 "힘든 게 재판... 요청하면 휴정" 미소 띠며 고개 끄덕인 박 전 대통령>(5/26 최연진·신수지 기자 https://goo.gl/gUXXCu)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놓았는데요. 해당 기사에서 조선일보는 부장판사의 "재판이 원래 힘들고 지겹습니다. 처음이라 더 그럴 것 같은데, 요청하면 재판에 지장이 없는 범위 내에서 휴정하겠습니다"는 발언과 이에 대해 박근혜씨가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는 사실을 상세히 전했습니다.
<조선일보>가 이렇게 별 의미도 없는 '지친 박근혜 관련 일화'를 부각하는 동안, <경향신문>은 <박근혜 측 "참고인 수백명 다 불러라"... 재판부 "시간 낭비">(5/26 이혜리·박광연 기자 https://goo.gl/h1WYJn)를 통해 박근혜 측이 "검찰이 법원에 제출한 수사기록 대부분을 증거로 사용하는 데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음을 강조했습니다. 재판 관련 보도에서 무엇이 더 중요한 정보인지는 굳이 길게 설명할 필요도 없겠지요.
열혈 지지자 성원, <동아><조선><한국> 보도 <동아일보>와 <조선일보>가 주목한 것은 박근혜씨의 컨디션만이 아니었습니다. 두 신문은 박근혜씨를 응원한 '지지자'들의 성원을 기사 내에 언급하기도 했는데요. "재판이 끝난 뒤 방청석의 시민 4명이 퇴정하는 박 전 대통령을 향해 '진실이 승리한다는 걸 보여주세요'라고 외쳤다. 박 전 대통령은 이들을 향해 환하게 웃으며 고개를 숙였다"(<동아일보>)거나 "오후 10시 10분쯤 재판이 끝나자 '사랑합니다. 힘내십시오'라고 외치는 방청객 3~4명을 바라보고선 가볍게 인사하고 엷은 미소를 띤 채 퇴정했다"(<조선일보>)고 굳이 설명하는 식입니다.
<동아일보>와 <조선일보> 이외에 박근혜 지지자들의 성원을 소개한 매체는 <한국일보>입니다. <"박이 삼성 합병 지지한 건 정신 나간 주장... 국제 소송 빌미">(5/30 김현빈·김민정 기자 https://goo.gl/TcCjah)에서 <한국일보>는 기사 말미 "재판이 끝난 뒤 박 전 대통령이 법정을 떠나려 하자 방청석에선 3, 4명의 시민들이 '대통령님 사랑합니다'라고 외쳤고, 박 전 대통령은 이들에게 미소로 화답하는 여유를 보였다"는 내용을 덧붙였습니다.
'이재용 승계' 언급은 <한국일보>만, 김성원 위원장 증언은 <한겨레>만 전달<한국일보>를 제외한 5개 일간지는 증인들의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 승계 관련 언급을 전달하지 않았습니다. 이를테면 주진형 전 대표는 "특검 조사 과정에서 삼성 합병은 시너지를 얻기 위해서가 아니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욕심 때문에 이뤄진 것으로, 합병 시너지를 운운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고 말했냐"는 검찰의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는데요.
<한국일보>만 이와 관련해 "주 전 대표가 특검 조사 과정에서 '합병은 시너지를 얻기 위한 게 아니라 삼성물산이 가진 삼성전자 지분을 먹고 싶은 이재용 부회장의 욕심 때문에 이뤄진 것'이라고 평가한 사실도 공개됐다"고 전달하고 있을 뿐입니다. 김성민 전 위원장의 "이재용 부회장 일가가 합병을 통해 삼성전자 지분을 확보하려는 건 이미 언론을 통해 다 알고 있는 사실"이라는 증언은 6개 일간지 어디에도 소개되지 않았습니다.
사실 이날 김 전 위원장의 재판에서의 증언("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대한 의결권 행사는 당연히 전문위에서 판단해야"했는데 "보건복지부와 국민연금공단이 전문위원장의 전문위 개최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을 전달한 것은 <한겨레>뿐입니다. 반면 주 전 대표의 "정신 나간 주장" 진술은 <한겨레>를 제외한 모든 매체가 소개했습니다. 언론이 선정적 발언 전달에 집중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되는 지점입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7년 5월 30일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신문 지면에 한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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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 보도, 증언보다 박근혜 컨디션 부각한 <동아><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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