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대통령이 2015년 12월 15일 오후 서울 서초구 한 웨딩홀에서 열린 이동관 전 청와대 홍보수석의 출판기념회에 참석하고 있다.
이희훈
이명박 전 대통령 측은 보도자료를 통해 문 대통령의 정책감사 지시를 즉각 반박했다. 요약하면 4대강 사업은 감사와 재판, 평가가 이미 끝난 사업이라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 시절 4대강 사업을 주도했던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역시 반발했다. 문 대통령의 정책감사 지시가 전임 정권에 대한 보복 차원에서 나온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정우택 한국당 원내대표는 23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오늘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8주기를 앞두고 한풀이식 보복을 지시한 것이 아닌지 의문이다. 전임 정부를 무조건 부정하며 감사원 감사나 검찰 수사를 통해 한풀이식 보복으로 접근하면 정치보복의 역사적 악순환을 되풀이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주호영 바른전당 원내대표 역시 원내대책회의를 통해 "새 정부 출범에 4대강 사업 감사가 우선과제인지, 정치보복이나 정치감사가 아닌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이미 이명박 정부에서 두 차례, 박근혜 정부에서 한 차례 등 모두 세 차례에 걸쳐 감사가 진행된 사안을 또 다시 감사하겠다고 나선 문재인 정부의 저의에 의구심을 표하고 있는 것이다.
이 전 대통령 측과 두 보수 야당의 주장대로 4대강 사업에 대해 전임 정부에서는 모두 세 차례에 걸쳐 감사를 진행했다. 그런 이유로 '감사를 또 해야 하나'라는 주장이 나올 만도 하다. 그러나 4대강 감사를 다시 하겠다는 것은 역으로 생각해 보면 이전에 행해진 감사들이 그만큼 부실하게 진행됐다는 의미도 된다. 세 차례 감사에서 4대강 사업의 부실 의혹과 비리 의혹 등이 규명되지 않았다면 정책 결정 과정과 시행 과정 등을 제대로 조사해서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면밀히 살펴봐야 하는 것이 상식에 부합한다.
"이명박 정부 초기 실시된 감사는 셀프 감사라 아무 문제가 없다고 결론이 났지만 2012년 정부 막바지에 나온 감사에선 총체적 부실, 수질 악화 등 여러가지 문제가 있었는데 전혀 대책이 없었다. 3차 감사 때는 담합을 정부가 방조했고 쓸데없이 국민 세금을 많이 낭비했다는 결론이 나왔지만 별다른 처벌이 없었다. 나쁘게 말하자면 박근혜 정부가 공범이라 의심을 받아도 할 말이 없는 상황으로 갔다."전임 정부에서 실시된 4대강 감사에 대해 이혜훈 바른정당 의원의 평가는 아주 냉정했다. 이 의원은 24일 교통방송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세 차례의 감사 모두 문제가 있었다고 시인하며 "진보든 보수든 상대진영이라서 다 덮어주고 넘어가면 언제 대한민국의 정의를 세우겠느냐. 자꾸 봐주고 덮어주니 끊임 없이 되풀이되는 것 아니냐"고 강조했다.
이어 이 의원은 "이명박 정부의 소위 사자방(4대강·자원외교·방산비리)도 수사는 했지만 제대로 처벌 받은 게 없다"면서 "국민들이 들을 때 정말 아무 문제가 없는 것처럼 오해할 수 있다. 진보의 잘못이든 보수의 잘못이든 다시 재발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문 대통령의 4대강 정책감사 지시에 찬성 입장을 피력했다.
이 의원의 주장은 4대강 사업에 대한 정책감사 지시를 정치보복이라 반발하고 있는 이 전 대통령 측과 보수야당 지도부의 입장과는 결을 달리한다. 진보·보수 사이의 진영 논리에서 벗어나 4대강 사업의 문제를 철저하게 되짚어봐야 한다는 취지다. 허튼 말이 하나도 없다. 진영 논리를 떠나 잘못이 있으면 바로 잡아야 하고, 문제가 있으면 재조사를 통해 과정의 오류와 책임을 명확히 해야 한다. 재발 방지를 위해서라도 이는 불가결한 일일 것이다.
이 전 대통령은 지난 17대 대선에서 한반도 대운하 공약을 내세웠다. 한강과 낙동강을 뱃길로 연결하고 전국을 운하로 연결해 국토균형발전을 이룩하겠다는 것이 그의 구상이었다. 당시 이 전 대통령은 대운하 사업으로 일자리 창출, 경제 활성화, 하천 정비, 홍수 예방, 수질 개선, 가뭄 해소 등의 획기적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계획은 범사회적인 반대에 부딪혀 실행되지 못했다.
당시 야당과 시민사회는 대운하 사업을 대규모 혈세를 낭비하는 토목전시사업이라고 규정했다. 그리고 이 사업이 추진되면 환경 파괴, 수질 오염, 농경지 침수, 건설사 간 담합 비리, 예산 불균형 등의 문제가 발생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결국 2008년 터진 광우병 파동의 여파로 국민적 반대가 극심해지자 이 전 대통령은 대운하 사업의 포기 선언을 하기에 이른다.
그렇다고 대운하 건설에 대한 이 전 대통령의 야심까지 꺾인 것은 아니었다. 그는 잠시 숨고르기를 한 뒤 감추고 있던 본색을 드러냈다. 멀쩡한 4대강을 되살리겠다며 '4대강 살리기 프로젝트'를 꺼내든 것이다. 그러나 이 프로젝트가 이 전 대통령이 들고 나온 '조삼모사'식 꼼수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야당과 시민사회는 이번에도 거세게 반발했고, 4대강 살리기 프로젝트를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전 대통령은 이번에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 야당과 시민사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그는 4대강 사업을 일방적으로 강행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