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행길로 새로 탄생한 '서울로 7017'과 서울역광장에 걸쳐 설치된 슈즈트리 조형물.
유성호
"대중들의 반응도 미리 생각해야 한다고요? 그럼 검열을 받으란 얘깁니까?"미학자 진중권 동양대 교수가 최근 서울로 7017 조형물 '슈즈트리'에 대해 일고 있는 '흉물' 논란에 대해 정면 반박하고 나섰다.
[관련기사] 서울역광장에 3만개 거대 신발더미 "이게 뭐지?"슈즈트리는 지난 20일 '서울로 7017' 개장에 맞춰 서울역광장에 설치된 대형 설치미술품이다. 버려진 신발 3만켤레와 폐타이어, 나무, 꽃 등으로 만들었다. 오는 29일까지 열흘만 전시된다.
이 작품은 완성 전부터 언론과 일부 네티즌들로부터 '흉물이다', '냄새날 것 같다'는 등의 비판을 받아왔다. "철거될 뻔했던 서울역고가를 도심 속 정원으로 재탄생시켰듯, 버려질 운명의 신발들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해 예술품으로 재탄생시켰다"는 정원디자이너 황지해씨의 해명에도 논란이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진중권 교수는 25일 오후 <오마이뉴스> 기자와 한 통화에서 "예술은 왜 꼭 예뻐야 한다고 생각하냐, 흉물도 예술이 될 수 있다"며 답답해 했다.
그는 오히려 "대중이 그 작품을 싫어할 수 있고 그건 대중의 권리이지만 왜 비싼 세금을 들여 이런 걸 만들었냐는 식으로 담론이 흐르는 것은 좋지 않다"며 "내가 좋아하지 않지만 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코드가 있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정크아트(Junk Art)는 원래 쓰레기를 가지고 뭘 만들어내는 예술"이라며 "그 전체적인 의미를 생각해 봐야 하는데 신발 하나하나를 보고 하는 수준의 얘기들을 받아적어 여론몰이를 하고 있다"고 언론의 보도행태를 비판했다.
또 예술작품에 대한 대중들의 반응은 찬반으로 엇갈리기 마련인데, 기자들이 자기 생각에 맞는 대중들의 인터뷰를 엮어 잘못된 비평을 하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그러면서 "에펠탑도 처음 나왔을 땐 파리 시민의 99.9%가 반대했었으나 지금은 가장 사랑받는 건물이 됐다"는 사실을 환기시켰다.
진 교수는 '예술도 좋지만 대중들의 반응도 미리 생각해 봤어야 한다'는 비판에 대해서는 "그런 것까지 어떻게 다 예상하나, 대중들로부터 검열을 받으란 말이냐"고 어이없어했다.
'냄새날 것 같다'는 비판에는 "언급할 가치도 없는 것"이라고 일축했고, 비용 1억 4천만원이 예산낭비라는 지적에는 "그럼 하나 쏘는데 몇 백만원 하는 불꽃놀이는 왜 하냐"고 받아쳤다.
진 교수는 마지막으로 "대중들의 반발도 예술의 한 부분으로 받아들여야 하지만, 이렇게 작가들 기를 다 죽여 놓으면 과연 작품을 계속 할 수 있겠냐"며 아쉬워했다.
다음은 진 교수와의 일문일답이다.
"신발 아니고 다른 걸로 만들었으면 돈 몇 십 배 더 들었을 것"